[광화문에서/윤완준]‘중국판 우버’ 디디추싱, 비판 딛고 혁신 꽃피울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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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7일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중국 최대 차량공유·호출서비스 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 차량을 이용한 한 중국 여성은 황당한 일을 당했다.

운전사가 갑자기 포르노 영상을 튼 것이다.

“못 본 척했죠. (무서워서 꺼달라고도) 말하지 못했어요.”

여성 승객은 내리자마자 디디추싱에 신고했다. 회사 측은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승객에게 결과를 알리지 않았다. 관영 중국중앙(CC)TV가 확인한 뒤에야 “이 기사가 승객 호출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22일 저녁 CCTV가 보도한 내용이다.

디디추싱은 5일 허난성 정저우에서 한 스튜어디스가 허위로 차량을 디디추싱에 등록한 운전사에게 성폭행, 살해당한 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여론은 디디추싱이 기사들의 신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고 분노한다.

창사에서 19일에도 여성 승객이 위협을 당했다. 처음에 같이 밥 먹고 싶다고 희롱하던 기사는 승객이 거절한 뒤 내릴 때가 되자 아예 차문을 잠갔다.

“정말 예뻐요. 500위안에 다른 건 안 하고 그냥 만지기만 할게요.”

“싫어요. 내릴 거예요. 문 좀 열어주세요.”

여성 승객은 경찰에 신고한다고 한 뒤에야 가까스로 탈출했다. CCTV를 통해 들리는 여성 승객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공포가 느껴진다. CCTV 기자가 차량을 호출해 보니 호출한 차량과 전혀 다른 차량과 기사가 승객을 태우러 왔다. 디디추싱 관계자도 “디디추싱 시스템에 허점이 있다”고 인정했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어디든 갈 수 있어 대중교통의 혁신적 모델로 주목받던 디디추싱이 오히려 신뢰성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물론 디디추싱의 혁신성은 놀라웠고 발전도 그만큼 빨랐다. 쉐자오펑(薛兆豊)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교수는 한 강연에서 디디추싱을 경제발전, 기술혁신, 민생의 3자가 융합돼 중국 경제 지속 성장에 새로운 에너지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디디추싱 덕분에 ‘차량 소유’가 중요하지 않게 됐다. ‘외출의 평등화’를 실현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차량공유 시스템 덕분에 자가 차량 이용이 줄면서 한 해 4800만 그루의 나무가 1년간 빨아들이는 양인 144만 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였다. 지난해 중국 전역에서 2100만여 명이 디디추싱을 통해 돈을 벌었다. 소비를 증가시키면서 환경을 보호하고 일자리 문제까지 해결하고 있는 디디추싱은 혁신성을 바탕으로 10년 안에 전 세계 이용자 20억 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중국식 혁신 모델은 “총알이 일단 날아가게 하라”는 것이다. 혁신기술의 시장 진입을 규제하기보다 일단 시행하고 문제가 확인되면 개선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디디추싱은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몇 가지 개선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울 듯하다. 디디추싱은 위치추적, 신원 확인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음에도 관리 감독을 허술하게 한 채 위험을 방치했다. 디디추싱의 위기는 시장 투자 확대에만 몰두해 ‘인간 존중’이 사라진 기술혁신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이를 넘어서지 못하면 중국식 혁신경제 모델도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
#우버#디디추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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