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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묻자 “무직”… 3000자 입장문 12분간 낭독하며 혐의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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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묻자 “무직”… 3000자 입장문 12분간 낭독하며 혐의 반박

이호재기자 , 김윤수기자 입력 2018-05-24 03:00수정 2018-05-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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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첫 재판 출석해 입장 발표
11장 분량의 입장문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준비한 입장문을 살펴보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이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이 전 대통령이 자필로 쓴 11쪽 분량의 입장문을 찍은 사진과 입장문 전문이 올라왔다. 사진공동취재단·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나는 오늘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23일 오후 2시 17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 첫 재판에 나온 이명박 전 대통령(77·구속 기소)이 A4용지만 한 연두색 공책에 적힌 11장 분량의 입장문을 읽기 시작했다. 재판장인 정계선 부장판사(49·여)가 ‘앉아서 읽어도 된다’고 했지만 이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 꼿꼿이 서서 3000여 자 분량의 입장문을 12분 동안 읽어 내려갔다. 말투는 단호했다.

○ ‘연설하듯’ 12분간 입장문 낭독

이 전 대통령은 재판부와 방청석을 자주 바라보며 연설하듯 12분간 입장문을 낭독했다. 결의에 찬 모습이었다. “사면 대가로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이고 모욕”이라고 공소사실을 반박하면서는 검사석을 5초간 노려보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측근들을 증인으로 부르지 않는 이유도 직접 밝혔다. “증인 대부분이 금융위기를 극복하고자 저와 밤낮없이 일했던 사람이 많고, 그 나름대로 피치 못할 사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흰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정장을 입고 법정에 출석한 이 전 대통령의 왼쪽 가슴에는 ‘동부(구) 716’이라고 적힌 흰색 둥근 배지가 달려 있었다.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돼 있고 수인번호는 716번이라는 뜻이다.

이 전 대통령이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말할 때는 목소리가 갈라졌다. 고개를 돌려 “쿨럭, 쿨럭” 크게 기침을 두 번 한 뒤에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결국 500mL 생수병을 들고 꿀꺽 목을 적신 뒤에야 기침이 잦아들어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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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갑·포승줄 없이 호송차 내려

이날 낮 12시 59분 서울법원종합청사에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은 수감되기 전보다 많이 수척한 모습이었다. 호송차에서 내릴 때는 수갑을 차거나 포승줄에 묶이지 않은 상태였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은 5월 23일 첫 재판 때 수갑을 찬 채 호송차에서 내렸다. 이 전 대통령의 손이 묶이지 않았던 것은 지난달 ‘수용 관리 및 계호 업무 등에 관한 지침’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 여성 등은 법정 출석 때 구치소장의 허가를 받아 수갑이나 포승줄을 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 전 대통령은 65세 이상 고령자 적용을 받은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오후 2시 1분 법정에 들어섰다. 쉴 새 없이 터지는 카메라 셔터 세례를 의식하지 않고 측근들에게 간단히 목례를 했다. 법정을 가로질러 뚜벅뚜벅 걸어가 강훈 변호사(64) 왼쪽 피고인석에 앉았다. 재판이 시작된 뒤 정 부장판사가 직업을 묻자 “무직”이라고 답했다.

오후 4시 5분 삼성의 소송비 대납 혐의에 대해 검찰과 공방을 벌이던 도중 이 전 대통령은 재판부에 “한 말씀만 올리겠다”고 요청했다.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5년간 청와대 본관에는 기업인이 한 사람도 들어온 적이 없다. 그것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6)이 왔다면 모르지만,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72)을 대통령 방에 데려왔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어디 삼성 부회장이 약속도 없이 들어오나”라고 불쾌한 기색을 비쳤다. 이에 검찰이 반대 입장을 밝히려 하자 이 전 대통령은 “검찰하고 싸운다는 뜻은 아니다. 그만하겠다”며 말을 맺었다.

재판은 시작한 지 약 5시간 만인 오후 7시 6분에 끝났다. 두 번째 재판은 28일 열린다.

이호재 hoho@donga.com·김윤수 기자
#이명박#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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