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스라밸’을 찾아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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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다가오면 헬스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탄탄한 몸을 만들고 싶어서다. 그러려면 운동·영양·휴식의 3박자를 잘 맞춰야 한다. 근육은 운동할 때가 아니라 우리 몸이 쉬는 동안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보통 이틀 운동, 하루 휴식을 권한다.

▷일에서도 최고의 결과를 내고 싶다면 휴식이 필수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컨설턴트가 쓴 책 ‘일만 하지 않습니다’에 따르면 일의 성과는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 의해 결정된다. 일과 휴식이 반대개념이 아니라 상호보완적 관계라는 뜻이다. 덜 일하고 잘 쉬는 사람이 능률도 높단다. 공부할 때도 뇌를 쉬게 하는 시간은 보약. 놀이나 휴식 시간이 기억력을 높여준다는 등 학업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연구결과가 종종 나오는 이유다.

▷한국 사회는 쉬는 시간도 학습의 일부라는 얘기에 귀를 닫고 산다. 초중고교생 일상에서 공부와 삶의 균형, 이른바 ‘스라밸(Study and Life Balance)’을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실시한 ‘아동행복생활시간조사’에서 초중고교생의 평일 휴식시간은 48분, 49분, 50분 순. 특히 초등생의 경우 평일 공부시간은 가장 길고, 주말 휴식시간은 가장 적었다. 실제로 본보에 소개된 초등생들 일과표를 보면 하루 평균 11시간을 공부하는 데 썼다. 개인과외에 학원 뺑뺑이까지 소화하느라 자정 넘겨 잠자리에 드는 아이도 있었다.

▷‘공부 강박’에 주눅 든 아이는 쉬는 시간을 주면 되레 불편해하고 불안해한다. 스스로 알아서 시간을 보내는 데 미숙한 탓이다. 어린 시절은 스라밸에 시달리고, 어른이 되면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에 시달리고. 해 저물녘까지 골목에서 뛰어놀던 추억을 가진 세대가 보기에는 측은할 뿐이다. ‘스라밸’과는 아예 담 쌓고 자란 아이들이 창의성과 상상력이 중요하다는 21세기에 적합한 인재상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자녀의 앞날을 걱정하는 부모라면 휴식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볼 때다.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하기 위해서라도, 미래 적응력을 높여주기 위해서라도.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스라밸#워라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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