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여행] 현지인들과 일상 문화 체험…‘이야기 있는’ 관광 대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4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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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관광지만 수박겉핥기처럼 보고 지나치던 관광은 옛말이 됐다. 이제는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구석구석 찾아가 현지인들과 일상을 보내고 지역 문화를 체험하는 ‘이야기 있는’ 관광이 대세다. 젊은 감각으로 색다른 국내 관광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관광벤처기업’들이 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시골여행 플랫폼 ‘맛조이코리아’도 그중 하나다. 이곳은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관광벤처기업 중 하나다. 자연에 둘러싸인 민박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현지 농산물로 차린 밥상을 맛볼 수 있는 여행 코스가 ‘힐링 여행’을 찾는 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맛조이코리아를 2013년에 만든 강병호 대표(33)는 “우리나라에도 아름다운 관광지가 많다는 믿음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몇 군데 관광지를 바쁘게 둘러보는 식의 국내 여행은 더 이상 매력이 없다”며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지역민들과 교감하고자 하는 젊은 층을 겨냥한 색다른 여행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맛조이코리아가 소개하는 민박집과 체험농장 등은 500곳 정도다. 한 달에 6000㎞씩 차를 타고 시골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냄새 나는 민박집을 엄선했다. 여행객들은 맛조이코리아의 홈페이지에서 민박집을 검색할 수 있다. 지역과 방 가격은 물론이고 화장실과 취사시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지, 현지 농산물은 어떤 품목을 판매하는지 등의 자세한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가족, 친구와 오붓하게 자연을 만끽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시골하루’ 콘텐츠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달 이용객은 3000~5000팀이나 되고 몇 달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다.

맛조이코리아의 여행 상품은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맛조이코리아는 여행객이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민박집의 전화번호를 찾아 고객이 직접 전화 예약을 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민박집을 소개할 뿐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강 대표는 “우리의 플랫폼으로 농촌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시골 어르신들의 소득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요즘은 여러 군청과 농업기술센터에서도 각 지역의 민박집 개발을 요청해 오는데 그 지원금으로만 수입을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의 문화를 체험하는 ‘디스커버제주’도 지난해 관광벤처기업으로 선정됐다. 회사원으로 일하다 귀농한 김형우 대표(47)와 친구인 허진호 대표(47)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제주 연안 야생 탐사, 대나무를 이용한 제주 전통 낚시인 (구멍) 낚시 등 6, 7개. 비싼 요트나 유람선을 새로 사지 않고 제주 어민들의 어선과 낚싯배를 활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여행객에게는 현지인과 함께 제주 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주고, 어민들과는 관광 수익을 나누고 있다”며 “이제는 제주 어르신들도 함께 관광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찾아올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디스커버제주는 해녀와 함께 하는 쿠킹 클래스, 제주 전통 술 ‘쉰다리’ 만들기 등도 개발해 지역 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관광벤처기업 중에는 지역을 기반으로 해 새로운 관광지를 개척하고 지방 관광 활성화에 앞장서는 곳이 많다. 고급 요트를 소유주에게서 빌려 부산 앞바다에서 숙박이나 프로포즈 등 이벤트를 할 수 있는 ‘요트탈래’, 카누를 직접 만들고 강원 춘천 의암호 ‘물레길’을 따라 카누 투어를 해 볼 수 있는 ‘퓨코레이즘’ 등도 국내 관광 자원을 활용한 대표적인 상품이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관광벤처기업으로 선정된 곳은 모두 70개로, 이를 통해 905명의 신규 일자리가 생겼다.

전문가들은 참신한 관광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생겨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심원섭 목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벤처기업끼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줘야 국내 관광에도 ‘에어비앤비’ 같은 혁신 상품이 나올 수 있다”며 “관광벤처기업들은 국내 관광 자원을 발굴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한편 일자리도 만들어내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가인기자 ga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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