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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잃어버린 삶의 의미를 찾아서… 카르페 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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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잃어버린 삶의 의미를 찾아서… 카르페 디엠!

조종엽 기자 입력 2018-04-21 03:00수정 2018-04-2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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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짧다 카르페 디엠/로먼 크르즈나릭 지음/안진이 옮김/416쪽·1만6000원·더퀘스트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89년)에서 보수적인 기숙학교에 부임한 존 키팅 선생(로빈 윌리엄스)은 학생들에게 말한다. “우린 한낱 벌레들의 먹이란다. 믿거나 말거나, 이 방에 있는 우리 모두는 언젠가 호흡을 멈추고 차게 식고 죽을 것이기 때문이야.” 동아일보DB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인생은 한 번뿐)’를 따라 ‘탕진잼’(탕진하는 재미)을 만끽했더니 카드 결제일이 다가오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소소할 따름이고, ‘저녁이 있는 삶’은 ‘TV와 스마트폰이 있는 삶’일 뿐…. 묘비명에는 이렇게 적히겠지. ‘생각한 대로 살지 않다가 살아진 대로 생각했던 이, 어영부영하다 영영 잠들다’.”

혹시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볼 만하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89년)에 나온 대사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라틴어 문구 ‘카르페 디엠’(Carpe Diem·현재를 즐겨라, 오늘을 붙잡아라)의 철학에 관해 폭넓게 다룬 책이다.

“현명하게 생각하고, 포도주를 걸러라… 말하는 새에도 우리를 시샘하는 세월은 빠르게 흘러간다. 오늘을 즐기고, 내일을 위해서는 되도록 적게 남겨두라.”

‘카르페 디엠’은 로마의 서정시인 호라티우스가 쓴 ‘송가 4번’에서 탄생했다. 영어로는 ‘Seize the Day’, 직역하면 ‘오늘을 붙잡아라’라는 말이다.

영국의 작가이자 철학자인 저자는 사람들로부터 ‘카르페 디엠’의 철학을 훔쳐간 주범으로 청교도적 금욕주의와 소비자본주의, 텔레비전을 꼽는다. 일례로 나이키의 ‘Just Do It’(일단 해봐) 캠페인은 카르페 디엠과 비슷한 메시지를 담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쇼핑을 자아의 변신과 연결지은 ‘Just Buy It’(일단 사봐)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대사회는 가능하면 죽음을 외면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는 달랐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유럽은 교회 벽면마다 해골을 묘사한 벽화가 있었다. 사람들은 책상 위에 사람의 두개골도 올려놓았다. 라틴어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가 삶과 함께했다. 저자는 죽음에 대한 자각을 유지하기 위해 각 면에 죽음을 경고하는 경구를 적은 주사위를 만들어서 갖고 다니며 필요할 때마다 던져본다고 한다.

카르페 디엠의 철학을 되찾는 방법도 소개한다. ‘기회를 포착하라’ ‘쾌락주의의 숨은 미덕을 발견하라’ ‘즉흥적 본성을 틈나는 대로 되찾아라’ 등이다. 두려움 없이 수많은 직업에 도전한 이, 60세가 넘어 주어진 역할에서 벗어나 원하는 삶을 찾은 노인, 특권적 지위를 내던지고 무정부주의를 이끈 러시아 혁명가, 일찌감치 자유로운 성생활을 즐긴 19세기 여성 등의 사례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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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제안하는 마지막 방법은 ‘함께 행동하라’다. 광범위한 대중운동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행동 속에서 ‘오늘을 붙잡아라’라는 철학이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삶의 유한함과 의미에 관해 파고든 영화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만든 ‘이키루’(1952년)를 소개했다. 주인공은 위암에 걸려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공포와 고독을 느낀다. 의미 있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가난한 엄마들이 아이들을 위해 운동장을 만드는 일을 돕는다. 관료, 정치인, 조직폭력배와 대립하면서 마침내 성공한 그는 운동장의 그네 위에서 행복한 죽음을 맞는다.

저자는 “우리는 공동체 속에서 번창하고 공동체에 의지하는 사회적 동물”이라며 “카르페 디엠의 진정한 미래는 자신을 넘어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하려고 노력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인생은 짧다 카르페 디엠#로먼 크르즈나릭#안진이#죽은 시인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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