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의 초점이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의 연루 가능성으로 향하고 있다. 김 의원이 특정 기사의 인터넷접속주소(URL)를 ‘드루킹’ 김동원 씨(49·구속 기소)에게 직접 보내 홍보를 부탁했고 김 씨가 “처리하겠습니다”라며 응답한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두 사람은 2016년 말부터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유독 대선 기간에 ‘철통 보안’을 자랑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인 시그널을 사용해 의혹이 커지고 있다. 김 의원과 김 씨가 시그널을 통해 주고받은 55건의 대화에는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주는 단서가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철통 보안’ 시그널로 어떤 대화 했나
2016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김 의원이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김 씨에게 보낸 메시지 14건의 내용을 보면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김 의원이 김 씨에게 보낸 기사 URL 10건 중 8건은 대선 실시 전 기사다. 대부분 문 후보에게 유리한 내용이다. 김 의원은 기사를 보내며 ‘홍보해 주세요’라고 요청하거나 ‘네이버 댓글은 원래 반응이 이런가요’라고 적었다. 마치 댓글 작업을 요청하는 듯한 뉘앙스였다. 지난해 1월에는 ‘답답해서 내가 문재인 홍보한다’라는 제목의 3분 20초짜리 유튜브 동영상을 김 씨에게 보냈다. 동영상은 곧바로 김 씨의 블로그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에 올라갔다. 김 씨의 최측근인 박모 씨(30)는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인 ‘MLB파크’에 이 동영상을 올리며 홍보했다. 온라인 닉네임이 ‘서유기’인 박 씨는 20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김 의원이 보안 수준이 최상급인 시그널을 통해 김 씨와 55차례에 걸쳐 주고받은 대화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대화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평소 두 사람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다수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경찰에서 댓글 여론 조작을 시도한 동기에 대해 “김 의원에게 경공모 회원인 A 변호사를 일본 대사로 추천했다가 거절당한 뒤 오사카 총영사로 다시 추천했는데 이마저 거절당한 것에 불만을 품고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김 씨가 이끌어온 경공모의 운영비(연간 11억 원 추정)를 어떻게 마련했는지 조사했지만 김 씨는 “강의료와 비누 판매 수입으로 마련했다”는 진술을 반복하고 있다. 경찰은 자금 출처를 확인하기 위해 김 씨 측 회계 담당자를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 김 의원-드루킹 ‘밀접한 관계’ 정황
지난해 3월 31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영남권역 경선이 열렸다. 이날 김 씨도 현장에 참석했다. 경공모 부산지부 회원 A 씨는 “당시 김 씨가 경공모 스태프에게 ‘민주당원으로 가입해 문재인에게 힘을 실어주자’고 독려해 다수의 회원이 경선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선장에 참석한 김 씨 모습은 언론사 촬영 사진과 동영상에도 담겨 있다. 검은 재킷을 입은 김 씨는 다른 회원들과 ‘문재인 재벌적폐청산’이란 파란색 수건을 들고 있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3월 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문재인 북콘서트 ‘촛불이 묻는다.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도 경공모 회원과 만나 사진을 찍었다. 사진 속 김 의원은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경인선)’가 적힌 수건을 들고 있는 회원 10여 명과 함께 했다. 김 의원이 경선 전부터 김 씨 측과 관계를 맺어온 정황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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