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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호황속 한국만 제자리… 이주열 한은 총재의 ‘금리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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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호황속 한국만 제자리… 이주열 한은 총재의 ‘금리 딜레마’

최혜령 기자 , 이건혁 기자 입력 2018-03-23 03:00수정 2018-03-2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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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기준금리 역전]美 ‘경기회복 자신감’ 금리 인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일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해도 지금의 경기회복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한 결과 마침내 초강대국 미국보다 금리가 낮은 상황을 자초했다.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악인 상황에서 좀비기업과 취약차주가 늘어나는 등 한국 경제 곳곳에 잠재적 불안 요인이 퍼져 있어서다.

○ 경제 양호하니 동요 말라는 정부

한미 금리 역전에도 금융시장은 조용한 모습이었다. 22일 증시 참가자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불확실성의 해소’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그 결과 코스피는 전날보다 11.05포인트(0.44%) 오른 2,496.02로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투자가들은 이날 2123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0.4원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 1072.7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글로벌 금융 이슈가 있으면 의례적으로 하는 점검회의를 열었을 뿐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다. 기재부는 “국내 경제 여건이 양호하고 대외건전성이 높아 급격한 외국인 자금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한미 금리가 더 벌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심할 일만은 아니다. 연준은 일단 이번을 포함해 올해 총 3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했지만 확정적인 게 아니다. 올해 4차례 금리 인상을 전망한 연준위원이 작년 말 4명이었지만 이번에는 7명으로 늘었다. 내년 금리 인상 횟수 전망도 종전 2차례에서 3차례로 많아졌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신호다.

○ “올 하반기부터 자본 유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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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각별히 지켜볼 것” 한미 금리 역전 때문에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거나 대출금리가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미국의 금리 결정을 각별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1
외국인 자본 유출을 막으려면 한국의 투자 매력도가 그만큼 높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 경제 상황이 외국인을 끌어들일 정도인지 의문이다.

국부펀드나 연기금펀드 같은 대규모 글로벌 자본은 보통 5년 이상 계획에 따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짠다. 그러니 당장 금리가 변동된다고 외국인이 한국을 떠나지 않는다. 외국 자본이 금리 역전 상황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오랜 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순간 자본 유출은 봇물처럼 터질 수 있다. 정부가 기업이 돈을 벌어 봐야 부자나 대기업에만 좋은 일이라는 관점을 갖고 있다면 외국인이 한국 기업에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구조조정 지체, 가계부채 폭증, 최저임금 인상 등 외국인들이 불안하게 여기는 요인 때문에 경제가 악화되면 자금 회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3일 미국 경제 성장률을 올해 2.9%로 종전보다 0.2%포인트 높여 전망했다. 유럽연합과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의 성장률 전망도 상향 조정했다. 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0% 그대로다. 세계 경제의 회복세 흐름에서 한국만 계속 소외된다면 역전된 한미 금리 차는 더 커질 수 있다. 지금은 0.25%포인트 차지만 이 격차가 1%포인트로 벌어지는 순간 자본의 대이동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원화 강세가 올해 수출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데다 수입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무역 흑자 기조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금리 인상, 원화 약세에 따른 환차손 우려로 금년 하반기부터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 좀비기업 취약차주 대책 필요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가계부채는 1450조9000억 원에 이른다. 올 1∼2월 은행권 가계부채 증가폭은 5조2000억 원으로 한은이 2008년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사상 최대였다. 한은이 당장 미국 금리를 따라잡으려 기준금리를 올리지는 않아도 금리 격차를 마냥 방치할 수는 없다. 금리 정상화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장금리가 같이 오를 수밖에 없는 만큼 빚이 많은 가계는 서둘러 대출액을 줄일 필요가 있다. 또한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 국가경제의 생산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부실이 빠른 속도로 확산될 수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시기에 매달리기보다는 경제 전반에 걸쳐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의 수익성과 경제 전반의 펀더멘털에 영향을 받는 장기 투자자금이 한국을 이탈하면 큰 문제”라며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기본을 강조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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