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대 무상 제공이라더니… 공사비에 슬쩍 넣은 시공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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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재건축 부적격 사례 적발
국토부 “4개 건설사 수사 의뢰”

대형 건설사들이 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면서 공짜로 설치해 주겠다고 한 고급 수입 주방가구 등을 몰래 공사비에 포함시켜 놓는 등 부정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당국이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어서 결과에 따라서는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 조합원 간 갈등이 크게 늘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시, 한국감정원 등과 함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조합 5곳을 점검한 결과 시공사 입찰 과정과 조합 운영 등에서 부적격 사례 76건을 적발했다고 22일 밝혔다. 해당 단지는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1, 2, 4주구·시공사 현대건설), 신동아아파트와 방배 6구역(이상 대림산업), 방배 13구역(GS건설), 신반포 15차(대우건설)다. 합동점검은 지난해 하반기(7∼12월) 강남 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이 과열됐다는 지적에 따라 진행됐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 4개 건설사에 대해 경찰이나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건설사들은 수주 당시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특화설계 비용을 공사비에 중복 포함시킨 경우가 많았다. 총사업비 10조 원 규모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수주전이라고 불렸던 반포주공 1단지의 경우 현대건설이 무상으로 제안한 특화설계 품목 5026억 원어치가 총공사비(2조6363억 원)에 이중으로 포함됐다.

대림산업도 신동아아파트와 방배 6구역에서 에어컨, 발코니 확장 등 341억 원어치를 무상으로 제공해 준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유료 공사비에 포함시켰다. GS건설과 대우건설은 방배 13구역과 신반포 15차에서 각각 7600만 원, 56억 원어치 무상 품목을 공사비에 반영했다. 일부 건설사는 조합이 입찰 참여 기준으로 제시했던 설계 품목을 누락시킨 사실이 적발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종 선정 과정에서 무상 품목이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 만큼 향후 조합원의 추가 부담금이나 분쟁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측은 “입찰 제안에 들어있던 사항은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 내에서 우리가 추가로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을 설명한 것인데 이를 반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향후 수사가 진행되면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총회 의결 절차 등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재건축 조합 3곳의 임원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수사 결과 위법이 확인된다고 해도 시공권이 박탈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포주공 1단지의 경우 관리처분 총회 무효 소송이 제기되는 등 조합원 간 갈등이 불거진 상태라서 수사 결과에 따라 시공사 계약에 대해서도 이견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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