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서 200억원대 모래 확보한 공무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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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도시개발팀장 강영훈 씨, 매립 현장서 모래 채취 아이디어
송도 기반시설 조성공사 등… 모래 공급-공사비 절감 일석이조

강영훈 인천시 도시개발팀장이 21일 송도국제도시 11공구 적치장에 쌓인 모래를 손바닥에 들어 보이고 있다. 등 뒤로 송도국제도시 시가지 고층 빌딩 숲이 보인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강영훈 인천시 도시개발팀장이 21일 송도국제도시 11공구 적치장에 쌓인 모래를 손바닥에 들어 보이고 있다. 등 뒤로 송도국제도시 시가지 고층 빌딩 숲이 보인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강영훈 인천시 도시개발팀장(53·5급)은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자주 찾는다. 대형 도시개발사업을 담당하고 있어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 내 여러 사업의 진행 상황을 점검한다.

업무도 업무지만 최근 이곳을 찾을 때면 마음이 가볍다. 특히 지난해 매립공사를 끝낸 11공구(면적 4.3km²) 모래 적치장(積置場)에 쌓인 바닷모래 131만 m³는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품귀 현상을 빚어 바닷모래 가격이 급등했다.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대로 인천 앞바다 모래 채취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가 200억 원에 상당하는 이 ‘모래성’은 강 팀장의 아이디어 덕에 돈 한 푼 쓰지 않고 쌓았다.

2014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송도매립팀에 근무하면서 11공구 매립 업무를 담당하던 그는 매일 준설 현장에 나갔다. 바다를 매립하는 일은 통상 제방을 쌓은 뒤 해저를 파서 갯벌과 모래가 뒤섞인 바닷물을 매립지역에 퍼 올리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이 가운데 모래 성질을 띠는 흙인 사질토(沙質土)만 남기고 바닷물은 다시 배출한 다음 지반을 다지는 과정을 반복하며 육지를 만든다. 면적에 따라 다르지만 매립 공사는 최소 4년 넘게 걸린다.

바닷물 배출 과정을 눈여겨보던 그는 11공구에서 다른 매립지역과 달리 순도 높은 모래가 많이 쌓인다는 것을 알아챘다. 보통은 바닷물과 함께 올라오는 준설토는 성분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 그냥 바닷물과 함께 흘려보낸다. 이번에도 그렇게 할 수 있었지만 강 팀장의 생각은 달랐다.

“11공구 매립 과정에서 펄이 거의 섞이지 않은 양질의 모래가 바닷물에 섞여 나오는 겁니다. 공사를 맡은 건설회사 현장소장에게 이 모래를 공터에 한번 모아보자고 했지요.”

그는 같은 해 2월과 3월 두 차례 한국건설품질기술원에 이 모래의 토질 분석을 의뢰했다.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모래 굵기와 물을 통과시키는 계수성 등의 기준에서 일정 수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연약지반을 다지는 수평배수재나 상하수도 관로 기초재로 활용하기에 충분했다. 토목직 공무원으로 2005년부터 도로 개설 같은 기반시설공사나 송도국제도시 매립공사를 주로 담당하던 그의 경험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인천경제청은 2015년부터 송도국제도시 5공구 및 6·8공구 도로공사 현장에 연약지반 처리용 배수재로 11공구 모래 15만 m³를 사용해 공사비 16억 원을 절감했다. 11공구 적치장 바닷모래 가운데 70만 m³는 이 공구에서 빗물을 흘려보내는 배관과 상수관로, 인도, 자전거도로 등의 기초재로 사용할 수 있다. 공사비 약 140억 원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채취가 중단돼 필요한 만큼 바닷모래를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송도국제도시 기반시설 조성에 쓸 모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공사비도 줄이는 일석이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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