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경제]韓美 기준금리, 10년 만에 역전…대출 금리 오를듯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2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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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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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대출자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국내 시중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올해 말에는 국내 주택담보대출 금리(고정금리형)가 최고 연 6%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국내 대출 금리 상승세가 예상보다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올해 주택대출 금리 1%포인트 안팎 오를 것”

본보가 22일 은행 프라이빗뱅커(PB) 및 증권사의 채권 전문가 7명을 대상으로 향후 국내 금리 전망을 설문조사한 결과 6명이 현재 연 3%대 중반인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변동금리형)가 연말 연 4%대 초중반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정금리형 대출 금리는 연내에 최고 연 6%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됐다.

김학수 KEB하나은행 도곡PB센터 PB는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라 한국은행도 올해 1, 2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며 “이에 따라 대출 금리는 연내에 1%포인트 정도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내년 상반기(1∼6월)에는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연 4%대 후반∼5%대 초반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 전문가가 대다수였다. 이창석 신한은행 신한PWM일산센터 팀장은 “연준이 내년 금리 인상 횟수 전망을 당초 2회에서 3회로 늘렸지만 1450조 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때문에 한은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국내 대출 금리가 한은의 기준금리 움직임보다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따라 뛰고 있어 이보다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은행권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달 연 1.75%(잔액 기준)로 6개월 연속 상승했다.

○ “기존 대출도 3년 지났으면 고정금리로 갈아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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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금리 상승 전망이 현실화되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얼마나 늘어날까. 현재 연 3.5% 금리로 3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A 씨의 경우 연간 1033만 원의 이자를 부담한다.

하지만 올해 말쯤 대출 금리가 연 4.5%로 상승하면 연간 이자 부담은 1331만 원으로 늘어난다. 내년 상반기 금리가 5.0%까지 오르면 이자 부담액은 총 1480만 원으로 지금보다 447만 원이나 불어난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 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부채 상환 능력이 취약하고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큰 ‘고위험 가구’의 부채 규모가 4조70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권에선 금리 상승으로 대출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총 2조3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만큼 대출을 받을 때 고정금리를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조현수 우리은행 보라매지점 부지점장은 “앞으로 2, 3년 동안은 금리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에 5년마다 고정금리가 변동되는 혼합형 대출 상품을 선택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변동금리형 상품에서 일정 기간(1∼5년)마다 고정금리가 변동되는 혼합형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면 대출 기간과 상관없이 중도상환 수수료를 1차례 면제해주고 있다.

기존 변동금리 대출자도 고정금리로 갈아탈 것을 추천하는 전문가가 많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돈을 빌린 지 3년이 지난 대출자는 중도상환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 만큼 고정금리로 옮기는 게 낫다”며 “3년이 안 됐다면 앞으로 내야 할 이자와 수수료 차이를 계산해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갈아탈 때 원리금 상환 조건이 바뀔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금리 상승세와 더불어 26일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를 비롯해 자영업자·임대사업자 대출을 관리하는 규제가 일제히 도입돼 대출 문턱이 훨씬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성민 min@donga.com·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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