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보다도 훨씬 효과 커”…‘小食’이 뇌와 장수에 미치는 영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2일 14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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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小食) 하면 건강하게 오래산다.” 속설로 통하는 말이지만,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특히 뇌 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연달아 나오며 노년의 뇌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바트 에겐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의대 교수팀은 노화로 뇌 시상하부에 쌓인 염증을 없애는 데 저(低)지방식과 소식이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최근 뇌과학 국제학술지 ‘분자뇌과학의 최전선’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저지방식과, 칼로리를 40% 줄인 소식, 쳇바퀴를 돌리는 운동이 뇌 속 염증 제거에 미치는 효과를 검증했다. 그 결과 저지방식과 소식을 병행했을 때 염증이 가장 많이 줄어들고 뇌의 노화가 늦춰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핵심은 소식이었다. 저지방식만 했을 때는 노화 방지 효과가 없었다. 에겐 교수는 “소식은 운동보다도 훨씬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노년에 잘 걸리는 퇴행성 뇌질환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마이클 헤이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의대 교수팀은 소식을 통해 헌팅턴병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동물 실험으로 밝혀 신경질환 분야 국제학술지 ANC 6일자에 발표했다. 헌팅턴병은 세포 내 단백질 중 일부에 글루타민이라고 하는 아미노산이 비정상적으로 끼어들고, 이 때문에 단백질 구조가 변형돼 엉기며 생기는 병이다. 연구팀은 소식을 하면 망가진 체내 물질을 세포가 스스로 분해하는 ‘자가포식(오토파지)’ 과정이 활성화돼 엉긴 단백질을 제거하고 병을 막는다고 결론 내렸다. 적정한 소식 방법에 대해 헤이든 박사는 “정규 식사 외에 간식을 먹지 않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뇌 건강만이 아니다. 신체 건강과 장수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화 연구자인 류형돈 미국 뉴욕대 의대 교수는 e메일 인터뷰에서 “소식의 건강 효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과학자는 이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이 최근 주목하는 영양소는 단백질이다. 단백질을 ‘많이’ 먹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적게’ 먹어야 한다. 토르(TOR)라는 이름의 단백질 활동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단백질은 세포를 늘리고 근육을 키우는데, 체내 영양 상태가 좋으면(아미노산의 이 많으면) 활발히 활동한다. 식생활이 서구화된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단백질이 귀했던 과거보다 체구가 우람한 것도 토르 단백질이 활성화된 덕분이다.

문제는 이 과정이 노화와도 관련이 깊다는 사실이다. 체구는 좋아졌지만 역설적으로 노화 등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은 약해진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꼽히는 게 소식이다. 소식으로 아미노산 섭취량이 부족하면 토르가 ‘긴축 상태’에 들어가 활동을 줄이고, 새로운 단백질 합성도 줄어든다. 대신 세포가 외부 스트레스에 적응해 내성을 강화한다. 이 과정에서 노화가 늦춰진다.

류 교수는 최근 GCN2와 ATF4라는 유전자에 주목하고 있다. 단백질 섭취 제안을 통한 수명 연장에 이 두 유전자가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초파리 연구를 통해 밝혀 지난해 국제학술지 ‘세포생물학저널’에 발표했다. 이들은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부족할 때 활성화하는 유전자로, 토르와 반대로 ‘긴축’시 활발히 활동하며 새로운 단백질 합성을 줄인다. 자연히 세포는 노화 스트레스에 적응한다.

한 가지 궁금증. 소식을 하면 근육이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빠지는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퇴행성 뇌질환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막는 게 급선무겠지요. (성장이 중요한 젊은이가 아닌 이상) 단백질을 적게 먹는 게 정답입니다.”(류 교수)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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