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수영]페이스북의 ‘데이터 스캔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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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국 대선 때 페이스북 사용자 5000만여 명의 개인정보가 선거운동에 유용됐다는 의혹으로 후폭풍이 거세다. 당시 데이터 분석회사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에게 ‘디스이스유어디지털라이프’라는 앱을 다운받도록 유도했다. 성격 검사 앱을 표방했지만 실상은 페이스북 활동에 근거해 정치적 성향을 파악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캠프는 CA로부터 이 데이터를 넘겨받아 유권자별 ‘맞춤형 전략’을 마련했다. 미국 유권자 2억 명 중 4분의 1이 피해를 봤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누르는 ‘좋아요’는 개인에게는 흘려버리기 쉬운 흔적이다. 하지만 그 흔적들을 한데 모아 놓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 비즈니스위크의 수석 편집자였던 스티븐 베이커는 2010년 펴낸 ‘뉴머러티’에서 미국 유권자를 동네와 성별, 인종, 자녀 유무, 애완동물 보유 등 SNS 정보를 통해 10개 ‘부족’으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

▷실제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는 CA로부터 넘겨받은 데이터를 활용해 디지털 운영에 매달 7000만 달러를 썼다고 한다. 특히 투표를 일주일 앞두고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지지자를 타깃으로 페이스북 총력전을 펼쳤다. 힐러리에게 우호적이던 흑인 유권자들에게 “힐러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약탈자(Super Predators)라고 생각한다”는 게시물을 집중 노출시켰다. 당시 트럼프 캠프는 이런 ‘맞춤 선거운동’에 만족했다.

▷페이스북은 수습에 나섰지만 개인정보 유용의 위험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방 천지에 남겨지는 인간의 ‘흔적’을 좇는 수많은 기업과 기관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계정 설정에서 공개 범위 확인하기’, ‘낯선 기업에 정보제공을 동의할 때 두 번 생각하기’ 등 ‘페이스북에서 당신을 지키는 7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SNS에서 ‘좋아요’를 누를 때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는가.
 
홍수영 논설위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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