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맹세뒤 주먹 내리친 왕치산… 절대권력 2인자 과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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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시진핑-왕치산 체제로]시진핑, 국가-군사위 주석 재선출
찬성 2970 반대 0표 만장일치 통과… 왕치산, 은퇴 5개월만에 부주석 복귀
선임 반대 1표 나오자 회의장 술렁… 통상 갈등속 외교사령탑 맡을듯

은퇴 5개월 만에 중국 국가부주석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오른팔 왕치산(王岐山·70) 전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는 17일 주먹 쥔 오른손을 든 채 새 헌법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선서를 이어갔다. 그는 선서가 끝나자마자 갑자기 오른 주먹으로 연단을 탕 내리쳤다.

이날 오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5차 회의에서 25년 만에 처음으로 찬성 2970표, 반대 0표의 만장일치로 국가주석과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재선출된 시 주석은 물론이고 누구도 헌법 선서 도중 하지 않은 돌발행동이었다. 인민대회당 2층 기자석과 대표단에서 탄성과 웃음이 터져 나왔다. 국가지도자들의 헌법 선서 의식은 전국인대 사상 처음으로 진행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의 유명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팬으로 알려진 왕 부주석이 드라마 주인공인 냉혈 정치인 프랭크 언더우드(케빈 스페이시)가 힘과 결의를 보여줄 때 테이블을 두 번 내리치는 것을 떠올리게 했다고 평가했다. 홍콩 밍(明)보는 “주먹을 쥐고 선서한 것은 ‘홍색(공산당 혁명을 상징) 경례’로 공산당 입당 의식을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 “내가 실제 2인자” 과시 왕치산

이날 표결에서 왕 부주석에 대한 반대표가 1표(찬성 2969표) 나오자 회의장 내 대표들이 웅성거렸다. 왕 부주석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당선이 확정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시 주석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은 밝게 웃으며 힘차게 악수했다. 왕 부주석은 공식적인 2인자 리커창(李克强) 총리에게는 눈길도 돌리지 않은 채 자리로 돌아갔다.

이날 왕 부주석이 투표할 때 나온 박수 소리가 시 주석 때보다 컸다. 왕 부주석은 시 주석 등 최고지도부인 상무위원 7명에 이어 8번째로 회의장에 등장했다.

왕 부주석의 이런 행동은 당정군을 완전히 장악하며 절대 권력을 거머쥔 시 주석과 이를 뒷받침하는 왕치산의 ‘시-왕(習-王)체제’가 본격 출범했음을 상징적으로 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당 대회에서 7상8하(七上八下·68세부터 은퇴)라는 공산당 불문율에 따라 은퇴한 왕치산이 국가부주석으로 화려하게 복귀하면서 시 주석 역시 나이 제한에서 자유로워졌다. 헌법에서 국가주석·부주석 임기를 삭제해 시-왕 동반 장기 집권도 가능해졌다. SCMP는 “이 강력한 2인조(powerful duo)에겐 어떤 제약도 없다”고 논평했다.


○ 시진핑과 인생 논한 반세기 인연

왕 부주석은 현재 일반 공산당원 신분이다. 최고지도부가 아니면서 국가부주석에 오른 매우 드문 일이 벌어진 것이다. 왕치산에 대한 시 주석의 신임이 얼마나 큰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왕치산은 시진핑 집권 1기(2012∼2017년) 당시 반(反)부패 사정기관인 중앙기율위 서기를 맡아 반부패 사정을 진두지휘하면서 시 주석 권력 강화의 최대 공신으로 떠올랐다. 시 주석보다 다섯 살 많은 왕치산은 문화대혁명 때 산시(陝西)성 옌안(延安)현으로 하방됐다. 역시 하방된 시 주석이 산시성 량자허(梁家河)촌으로 가던 중 1969년 왕 부주석을 만났다. 왕 부주석은 시 주석을 자신의 숙소(토굴)로 데려가 한 이불을 덮고 잤다. 이후에도 시 주석은 왕치산의 토굴을 찾아 책을 빌리기도 하고 인생 상담도 했다. 두 사람은 반세기를 이어온 끈끈한 인연의 인생 동지인 셈이다.

2004년 베이징 시장대행으로 사스를 성공적으로 퇴치한 왕 부주석은 2009∼2012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시절 부총리를 맡아 수차례 미주 전략-경제 대화를 이끌었다. 그 전에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 부행장을 지내는 등 경제 통상 외교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특히 대미 협상력을 인정받았다. 이 때문에 그가 중앙외사영도소조 부조장(조장은 시진핑) 자격으로 시진핑 집권 2기의 외교 사령탑을 맡아 무역 문제 등의 미중 갈등 등 외교 난관을 해결할 ‘소방수’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17일 시 주석 재선 직후 “대국에 조타수가 없으면 안 되고 인민의 인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과거 마오쩌둥(毛澤東)을 ‘인민의 지도자이자 국가의 조타수’로 불렀던 표현”이라고 꼬집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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