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외교전]北 최강일은 핀란드로… 北-美, 북유럽서 잇단 ‘탐색적 대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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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개최를 목표로 추진 중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자 간 본격적인 접촉에 앞서 다양한 탐색전이 이어지고 있다.

대미 업무를 담당하는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부국장은 18일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을 통해 남북한과 미국의 1.5트랙(정부도 관여하는 민간 대화 채널) 대화가 열리는 핀란드 헬싱키로 출발했다. 최 부국장은 출국 전 베이징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은 말할 것이 없다. 돌아올 때 말하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핀란드 정부 관계자는 19일로 예정된 남-북-미 대화에 대해 “비공식 회담”이라고 선을 그었다. 핀란드 뉴스통신사 STT도 “회담은 헬싱키 소재 일본대사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미국 현지 관료가 참여하거나 관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1.5트랙 대화에는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가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국장과 스티븐스 전 대사가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8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제안한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한 후 첫 북-미 접촉이 된다. 한국에선 백종천 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김준형 한동대 교수 등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슨 얘기 오갔나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교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 안경 낀 
여성)이 스톡홀름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두 나라 외교장관이 외교부 청사와 영빈관을 오가며 
15일부터 사흘간 네 차례나 회담을 가졌다”고 밝혔다. 스웨덴 외교부 제공
무슨 얘기 오갔나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교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 안경 낀 여성)이 스톡홀름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두 나라 외교장관이 외교부 청사와 영빈관을 오가며 15일부터 사흘간 네 차례나 회담을 가졌다”고 밝혔다. 스웨덴 외교부 제공
같은 날 스웨덴 외교장관과의 회담을 통해 북-미 간 첫 탐색전을 마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귀국길에 올랐다. 리 외무상은 당초 계획에서 하루 늘려가며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교장관과 15∼17일 사흘간 네 차례나 회담을 이어갔다.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스웨덴은 북한과 외교 관계가 없는 미국을 대리해 ‘이익대표국’ 역할을 하고 있다.

스웨덴 외교부는 17일 회담 후 A4용지 한 장짜리 발표문을 내고 “두 장관은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의 기회와 도전에 대해 논의했다. 한반도 안보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에 따라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을 북한에 강조했다”고 밝혔다.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 문제와 비핵화 문제도 논의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CNN은 18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회담에서 한국계 미국인 석방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스웨덴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회담이 건설적이었다”고 보도했다. 발스트룀 장관은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외교 이사회에 참석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리 외무상과의 회담 결과를 설명할 계획이다.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침묵이 길어지는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수락 이후 북한 고위급 인사의 첫 공개 행보로 스웨덴을 방문한 리 외무상은 체류 기간 내내 취재진의 계속되는 질문에도 입을 닫았다. 리 외무상은 호텔 대신 북한대사관에 머물며 보안에 신경을 썼다. 회담 장소도 외교부와 영빈관을 수시로 바꾸며 기자들과 숨바꼭질을 벌였다.

스웨덴 현지 언론들은 리 외무상이 16일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를 방문한 데 주목하고 있다. SIPRI는 군축 문제와 관련한 세계적인 기구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해왔다. SIPRI 측은 “비공개를 전제로 나눈 대화”라며 함구하고 있지만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SIPRI는 과거 북-미 대화를 주선한 적이 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16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중앙정보국(CIA)과 북한의 정찰총국이 비공식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며 CIA가 북-미 대화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고 전했다. 국무장관에 지명된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의 카운터파트로는 정찰총국장을 지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거론된다. NYT는 폼페이오가 상원 인준을 거치는 동안 자신이 수장이었던 CIA의 북-미 대화채널을 활용해 물밑 접촉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스톡홀름=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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