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도 英외교관 23명 맞추방… ‘스파이’ 반격, 메이 “영국 국민 위협 행위 결코 용납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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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vs 중국, 영국 vs 러시아… 갈수록 격화되는 신냉전]

영국에서 러시아 출신 스파이와 반(反)푸틴 성향의 러시아 망명자가 잇달아 피습된 사건과 관련해 영국 정부가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추방한 지 사흘 만에 러시아 정부도 영국 외교관 23명을 보복 추방했다. 이에 따라 두 나라 간 외교적 갈등과 충돌이 커지면서 “신(新)냉전 시대가 도래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이날 모스크바 외교부로 로리 브리스토 주러 영국 대사를 초치해 영국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제재 조치 내용을 담은 외교 문서를 전달했다. 이 문서에는 “모스크바 주재 영국 대사관 직원 23명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해 추방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부는 영국과 마찬가지로 이들 외교관에게 모스크바를 떠나기까지 일주일의 시한을 주기로 했다. 외교관 추방 조치와 아울러 1992년부터 운영돼 온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영국 총영사관도 폐쇄하도록 명령했다. 러시아 내 영국문화원에 대해서도 “첩보 활동을 벌여 왔다”며 활동을 중단시키도록 조치했다.

러시아 외교부 관계자는 “영국 측의 도발적 행동과 근거 없는 비난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정당한 대응”이라며 “영국의 비우호적 행동이 추가로 이어질 경우 러시아 정부는 또 다른 대응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영국에 기밀을 넘긴 혐의로 수감 생활을 하다 풀려난 세르게이 스크리팔 전 러시아군 대령(66)과 그의 딸이 이달 4일 영국 솔즈베리에서 신경작용제 공격을 받고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13일에는 반푸틴 성향 인사인 러시아 기업인 니콜라이 글루시코프(68)가 런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잇따른 암살 시도 사건에 러시아의 군사용 신경작용제 ‘노비초크’가 사용됐다는 지적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그동안 아무런 해명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이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4일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추방하고 영국에 들어오는 러시아인과 화물에 대한 검색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메이 총리는 17일 러시아의 보복 대응에 대해 “영국 땅에서 벌어진 인명 살상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 정부가 비난받아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 정부는 러시아가 국제법을 위반하며 영국 국민, 영국 영토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하는 위협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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