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에 9억 털린 70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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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피해 역대 최대 금액
공공기관 사칭 전화에 속아
“자금이체-대출권유 조심을”

70대 노인 A 씨는 지난달 중순 발신번호가 ‘02-112’라고 찍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자신을 ‘금융감독원 팀장’이라고 소개한 상대방은 “A 씨 이름으로 대포통장이 만들어졌으니 처벌을 피하려면 범죄에 연루된 피해금을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A 씨는 이틀에 걸쳐 3개 금융회사 지점 5곳을 방문해 정기예금과 보험을 모두 해지했다. 해지해서 받은 돈 9억 원은 상대방이 알려준 계좌 3개로 고스란히 보냈다.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을 의심한 은행 창구 직원이 어디에 돈을 쓸 건지 물었지만 처벌당할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A 씨는 상대방이 시킨 대로 “친척에게 사업자금을 보내는 것”이라고 답했다.

18일 금감원에 따르면 A 씨가 날린 9억 원은 보이스피싱으로 피해를 입은 사례 중 역대 최대 금액으로 집계됐다. 이전까지 최대 피해 금액은 지난해 12월 20대 여성이 갈취당한 8억 원이었다.

A 씨가 당한 수법은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전통적인 보이스피싱 방식으로 관련 뉴스를 많이 접한 이들은 잘 걸려들지 않는다.

하지만 A 씨 같은 고령층은 각종 사기 수법에 대한 정보가 취약하기 때문에 여전히 주요 사기 대상이 된다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특히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모아놓은 자산이 많아 한 번에 큰 피해를 입기 쉽다. 실제로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자 가운데 60대 이상의 피해금액은 1인당 평균 540만 원으로 20, 30대(490만 원) 40, 50대(470만 원)보다 훨씬 컸다.

금감원은 금융회사가 60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보이스피싱 위험 안내를 강화하도록 지도하고 대한노인회와 경로당을 대상으로 맞춤형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 고령층이 예·적금을 중도 해지할 때 사용처를 물어보는 제도를 전체 금융회사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현재 일부 금융회사만 이 제도를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명규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팀장은 “정부 기관을 사칭해 자금 이체를 요구하는 전화나 전화·문자로 대출을 권유받은 경우, 특히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라고 유도하는 전화는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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