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은 문제 없다지만…10년 만에 韓美 금리역전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8일 20시 39분


코멘트
이달 22일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 인상 여부를 발표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미 하원 연설에서 “최근 성장세와 고용시장이 강력해졌다”면서 “3월 회의에서 새로운 금리 전망 경로를 제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미국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최저와 최고치의 범위를 두는 미국의 기준금리는 1.50~1.75%가 된다. 한국의 기준금리(1.50%)보다 최고 금리가 0.25%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양국의 금리 역전은 2007년 9월 이후 10년 6개월 만이다.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움직이는 돈의 속성상 한국에 들어와 있던 외국인 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미국 달러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 외국인 뭉칫돈 유출 놓고 엇갈린 전망

금융감독원의 ‘2월 외국인증권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 중 1조3200억 원이 빠져나갔다. 2월 한 달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3조9610억 원을 순매도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한국의 투자매력도는 안정적인 상태”라며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채권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대거 들어오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1~2월에만 5조 원에 이르는 외국인 자금이 국내 채권에 순유입됐다. 채권투자가들은 한국의 경기를 종합적으로 보는 장기 투자자인 만큼 금리 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한 이후 “현재 외환보유액이 상당하고 경상수지도 흑자를 지속해 대외건전성이 양호하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가들이 채권시장에서 돈을 빼내 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변동 폭이 크지 않아야 외국인 자금을 붙잡아둘 수 있는데 그러려면 보유외환을 들여 시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달 미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발표를 앞두고 18일 정부가 “외환시장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

● 장기적으로 금융시장 부담


미국의 금리 인상이 연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 한국으로선 큰 부담이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는 올 1월 “올해 금리 인상을 최소 세 차례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상 때마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자금 유출 여부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그때마다 국내 증시가 출렁거릴 가능성이 있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 보이는 북한 리스크가 언제 다시 고개를 들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상에 북한 문제까지 겹치면 금융시장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 국면에서 수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이달 1~10일 수출은 13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외국자본이 금리 역전에 당장 영향을 받지 않아도 한국의 수출 부진이 본격화하면 생각을 달리 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의 수익성과 경기 상황에 영향을 받는 장기적 자금이 떠난다면 큰 문제”라며 “한은의 중장기 금리정책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