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세진]‘스마트폰 매직’ 사라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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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미국 애플의 아이폰 등장 이래 스마트폰은 전 세계 산업 지형도마저 바꿀 만큼 압도적인 대세 상품이었다. 갓난아기를 제외한 지구촌 모두가 스마트폰으로 연결될 듯한 기세로 퍼져나갔다. 그런데 스마트폰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의 신세가 된 걸까. 23일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4억800만 대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6% 줄었다.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처음 판매가 줄어든 것이다.

▷스마트폰 판매 감소는 피처폰 사용자가 늘어난 영향이 있다. 고가의 스마트폰 대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피처폰을 선호하는 인도에서는 피처폰 판매량이 지난해 전년 대비 17% 늘었다. 한국에서도 큰 키패드 자판을 선호하는 어르신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효도폰’으로 꾸준히 판매된다. 핀란드의 노키아는 이런 수요를 보고 2005년 제조가 중단된 피처폰 ‘3310’을 지난해부터 다시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물론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의 주된 원인은 교체 주기가 길어진 탓이다. 지난해 한국인의 스마트폰 교체주기는 평균 31개월이다. 미국도 4년 사이 교체 주기가 2.2개월이 늘어 지난해 평균 22.7개월이었다. 예전처럼 탄성을 자아낼 정도의 새로운 기능을 장착한 제품이 나오지 않으니 자주 바꿀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결국 스마트폰의 미래는 얼마나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느냐에 달렸다. 현재 사용하는 4세대(4G) 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에 비해 280배가 빠른 5G 통신망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신규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생긴다. 그리고 이미 삼성전자의 ‘빅스비’처럼 사용자가 부르면 비서 기능을 해주는 인공지능(AI) 기능 탑재 스마트폰이 등장했다. 중국 업체인 ZTE는 스마트폰 화면을 책처럼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폰’의 초기제품도 내놨다. 시장에서 영원한 패자(覇者)는 없다. 스마트폰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혁신적인 제품을 먼저 내놓아 스마트폰 시장에 다시 불을 붙이기를 기대해본다.

정세진 논설위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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