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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과학] 미끄러짐 겨루는 겨울스포츠…얼음은 왜 미끄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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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과학] 미끄러짐 겨루는 겨울스포츠…얼음은 왜 미끄러울까

전승민 동아사이언스기자입력 2018-02-22 19:00수정 2018-02-2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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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깜짝 은메달을 선물한 차민규 선수의 질주 모습. 스케이트 날의 압력을 받아 얼음이 녹는다는 ‘수막이론’은 잘못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여자 컬링팀 김은정 선수가 스톤움직임을 바라보고 있다. 컬링은 화강암으로 만든 돌(스톤)의 미끄러짐을 잘 조절하는 팀이 승리한다(오른쪽)

겨울올림픽 종목 대부분은 눈과 얼음 위에서 ‘남보다 잘 미끄러지느냐’를 겨루는 대회다. 스키와 스피드스케이팅 등은 남보다 100분의 1초라도 더 빨리 미끄러져 나아가는 것이 목표다. 아름다운 동작을 표현하는 피겨스케이팅 종목은 미끄러짐을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는지에 따라 점수가 갈린다. 미끄러운 얼음 위에서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는 종목도 있다. 바로 컬링이다. 경북 의성 출신이 주축인 한국 여자 대표팀의 연이은 선전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눈과 얼음은 왜 미끄러울까. 과거에는 ‘수막(水膜)’ 이론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스케이트 날의 압력을 받은 얼음 표면이 살짝 녹아 얇은 수막이 생기고, 이 물 때문에 스케이트가 미끄러진다고 추측했다. 이 이론은 상당히 그럴듯해 보여 정설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현재 이 이론은 잘못된 것으로 인식된다. 얼음에 압력을 가하면 녹는점이 낮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하 10도 이하의 환경에서 얼음이 녹으려면 2000기압 이상의 압력이 필요하다. 스케이트 선수 체중이 수백㎏을 넘어도 얼음 표면이 녹는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마찰열 이론’도 있다. 스케이트나 스키 선수가 눈이나 얼음 위를 활주하면 마찰이 생기는데, 이때 생기는 열이 얼음표면을 녹일 거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경우도 허점이 있다. 마찰열로 얼음표면이 녹는 거라면, 스케이트 날이나 스키의 바닥을 사포처럼 거칠게 만들어야 더 빨라지겠지만, 실제로는 표면을 매끈하게 다듬을수록 잘 달린다.

그렇다면 컬링에서 선수들이 얼음판을 열심히 문질러 화강암 덩어리(스톤)의 미끄러짐을 조절하는 것은 어떤 원리일까. 언뜻 보기엔 미리 마찰을 일으켜 얼음판을 살짝 녹여놓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조금 차이가 있다. 컬링 경기장은 단단한 얼음판을 얼려 두고, 위에 미세한 얼음가루를 뿌려 다시 한 번 얼리는 형태로 만든다. 표면저항이 생기도록 해놓았다. 선수들은 ‘브룸’이란 브러시로 앞을 문질러 얼음판을 조금이라도 더 매끈하게 다듬는다. 온도를 높이기보단 표면을 다듬는 동작으로 봐야 한다.

현대에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표피층 이론’이다. 얼음 표면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은 수막이 원래부터 항상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영국 과학자 마이클 페러데이가 1895년 처음 제시했다. 이후 여러 과학자들이 X선 촬영기법 등을 동원해 확인한 결과, 이런 수막의 두께는 주변 온도에 따라 바뀐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아주 추운 날은 얇은 경우 원자 몇 층 정까지 얇아지고, 두꺼운 경우 약 100nm(나노미터, 1nm는 10억분의 1m) 정도까지도 관찰됐다는 기록도 있다. 이 수막이 얇을수록 동계스포츠에서 활주성이 좋아지고, 두꺼울수록 조작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흔히 ‘빙질(氷質)이 마음에 든다’는 표현은 여기서 비롯된다. 그러니 겨울올림픽 때 얼음을 만드는 장인들은 쇼트트랙은 영하 7도, 피겨는 영하 3도 정도에 맞춘다. 강한 힘으로 얼음을 지치고 나가는 아이스하키는 영하 9도 정도로 관리한다.

양인석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열유체표준센터장은 “수막이론은 잘못된 알려진 과학상식 중 하나”라며 “겨울스포츠는 여러 원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마찰열 이론은 경우에 따라 약간의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기자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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