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볼 수 없는 황제의 질주… 압박감 없었나 묻자 “전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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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풀어본 스켈레톤 최강자 윤성빈의 모든 것

16일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3차 레이스에서 폭발적인 스타트를 하고 있는 윤성빈. 평창=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6일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3차 레이스에서 폭발적인 스타트를 하고 있는 윤성빈. 평창=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스켈레톤 황제의 질주는 압도적이었다. 윤성빈(24·강원도청)은 16일 4차 주행까지 합계 3분20초55의 기록으로 한국 썰매 역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따냈다. 이는 2위 니키타 트레구보프(3분22초18·러시아)보다 1초63이나 앞서는 기록이다. 100분의 1초 싸움을 벌이는 스켈레톤의 올림픽 역사상 1, 2위가 이 정도 격차를 보인 적이 없다. 타의 추종을 불허한 윤성빈 기록에 숨어있는 뒷이야기를 풀어봤다. 》
 
① 4초59(출발 최고기록)를 이끈 65cm(허벅지 둘레)


2013년 대림건설이 평창 슬라이딩센터를 설계할 당시 한국 썰매 종목 코치진은 초반 구간을 직선이 아니고 굽어지게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건장한 체격의 유럽 선수들은 출발 기록이 월등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안방의 이점을 살리려는 의도였다. 실제 경기장은 스타팅 하우스(1번 코스)를 나오자마자 2번부터 급경사로 휘어지는 코스로 완성됐다.

하지만 정작 평창 올림픽이 열린 5년 뒤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굵은 허벅지를 자랑하는 윤성빈이 코스를 가리지 않는 새로운 최강자로 떠올랐다. 평창 올림픽의 총 4차례 주행 모두에서 4초7 이하의 출발 기록을 보인 건 윤성빈과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4위)밖에 없었다. 특히 윤성빈은 2차 레이스에서 평창의 스타트 레코드인 4초59를 기록했다. 둘레가 65cm에 이르는 윤성빈의 허벅지 파워는 출발부터 스피드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② 하루 8끼로 만든 최적의 몸무게 87kg


2013년 초 미국과 캐나다를 돌며 윤성빈은 70kg대 초반의 몸무게를 80kg대 후반으로 늘렸다. 장비도 노하우도 부족한 시절이라 몸무게를 늘려 가속도를 높이는 것이 세계의 벽을 단기간에 뛰어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윤성빈은 한 달여 동안 하루 8끼를 먹으며 몸집을 불렸다. 한때는 90kg을 넘기도 했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제는 자신의 기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87kg 안팎의 몸무게를 유지한다. 윤성빈은 급격하게 살찌우던 시기를 극기의 시간으로 기억한다.

타고난 재능을 실력으로 완성시키기 위해 윤성빈이 피땀 흘린 노력의 결과다. 외국 초행길을 헤쳐 가며 마트에서 음식을 사고 먹기를 반복했던 그 모습에서 수식어 ‘천재’ 속에 숨겨진 윤성빈의 악바리 근성을 엿볼 수 있다.
 
③올림픽 공식 훈련은 2회, 총 훈련횟수는 380번


2017∼2018시즌 월드컵에서 4차례 우승하며 사상 최초로 세계랭킹 1위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던 1월, 윤성빈은 7차 월드컵 레이스(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우승한 뒤 남은 8차 레이스를 포기하고 귀국했다.

남은 대회를 건너 뛴 대신 평창 트랙에서 막바지 실전 훈련에 몰입했다. 평창 슬라이딩센터의 개장 이후 그는 이곳에서 총 380회의 주행 연습을 했다. 머리가 아닌 몸이 먼저 반응하며 라인을 찾아갈 정도로 트랙을 익혔다. 윤성빈은 올림픽 경기 전 12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6번의 스켈레톤 공식 주행 연습에 두 차례만 참여했다. 13일 두 번의 연습 주행에서도 그는 베스트 주행 라인을 타지 않았다. 굳이 적수들에게 자신의 비기를 보일 필요는 없었다. 공식 연습 주행 2번과 총 트랙 훈련 380번은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윤성빈의 강단과 치밀한 전략을 대변한다.
 
④ 징크스 ‘0(제로)’가 빚어낸 4연속 1위


윤성빈은 강철 멘털의 소유자로 유명하다. 힘든 내색도 없고, 경기 전에 긴장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하나쯤 있다는 징크스도 없다. 레이스를 펼치기 전 하나라도 어긋나면 경기력이 떨어지곤 하는 특별한 ‘루틴(습관)’도 없다. 올림픽 경기 직후 “압박감은 없었느냐”는 외신의 쏟아지는 질문에 “전혀!”라고 딱 잘라 말했던 윤성빈이다.

윤성빈은 올림픽 기간 이틀간 총 4번의 주행을 펼치는 동안 1∼5위 선수 중 유일하게 1차보다 2차 주행 성적이 더 좋게 나온 선수였다. “주행할수록 편안해진다”는 윤성빈의 강심장을 엿볼 수 있다. 24세의 나이에도 마음만큼은 여물고 당찬 윤성빈이다. 윤성빈은 4번의 주행 모두 1위를 차지한 한결같은 최강자였다.
 
⑤ 24세 역대 최연소 올림픽 스켈레톤 챔피언, 10년 장기 집권 전망


윤성빈은 평창 올림픽까지 나온 역대 올림픽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7명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그가 앞으로 세계 스켈레톤계를 휘어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총감독은 장담했다. “앞으로 적어도 10년 이상 윤성빈의 시대가 될 것이다.”
 
평창=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평창 올림픽#스켈레톤#윤성빈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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