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대화 촉구에… 김여정 “국무위원장께 잘 전달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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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이후 남북관계 어디로]
10일 北고위대표단 靑접견 때 문재인 대통령 ‘비핵화가 전제조건’ 시사
김여정은 북핵 관련 언급 안해
문재인 대통령, 펜스 만나 관련내용 설명… 北과 ‘탐색적 대화’ 나설것 설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사진)이 10일 청와대 접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대화를 촉구한 데 대해 김정은에게 잘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여정은 그동안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위한 조건 중 하나로 내걸어온 핵보유국 지위 인정 등 북핵 이슈에 대해서도 별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문 대통령은 접견에서 남북 관계 개선은 북-미 대화와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으며 이에 김여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께 잘 전달해 드리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북핵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대북 제재 완화로 남북 관계를 복원하려면 북-미 대화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김여정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문 대통령의 북-미 대화 요청에도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접견에 배석했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지난달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우리 측이 비핵화를 거론한 데 대해 “(비핵화 여론이 조성되는 등) 오도되는 소리가 나오면 좋은 성과 마련했는데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여정은 문 대통령 접견은 물론 방한 기간 우리 측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선 핵보유국 지위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물론 핵은 우리(한국)에게 얘기할 사안이 아니라서 전략적으로 꺼내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김여정과의 대화 내용 중 일부를 10일 북측 대표단 접견 후 쇼트트랙 경기를 함께 관람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에게도 전하며 북한과 의제 조율 없이 서로의 의중을 파악하는 ‘탐색적 대화’에 나설 것을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미국에도 북한의 달라진 태도를 전해 북-미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것. 펜스 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문 대통령을 만난 뒤 귀국하는 기내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과 현 수준 이상의 외교적 관여(대화)를 위한 조건에 합의했다”며 “핵심은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조치를 했구나’라고 믿을 수 있을 만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기 전에 제재의 경감은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아직 북한은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북한 외무성 군축 및 평화연구소장 담화문을 통해 “북남 관계 개선과 화해의 분위기가 고조돼 가는데 당황망조한 미국과 일본이 어떻게 제동을 걸어보려고 분별을 잃고 날뛰고 있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이어 “북남 관계를 개선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우리의 성의와 진지한 노력은 물론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국제적 민심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대북 제재도 대화 기조가 유지될지를 가늠할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남북 대화나 북-미 대화 가능성과 별개로 북핵·미사일 포기를 압박하기 위한 초고강도 경제 제재를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포괄적 해상 차단을 새로운 제재 조치에 포함할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최대 압박과 관여, 투 트랙을 가동하겠다는 것”이라며 “다만 대북 압박정책이 지금까지 진행되어 왔던 만큼 새로운 제재를 한두 개 가한다고 북한이 평창을 계기로 만든 대화 기조를 아주 없던 일로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김여정#남북대화#문재인 대통령#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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