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亞 3국을 뒤흔든 국제 대전, 정유재란을 돌아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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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재란-잊혀진 전쟁’ 출간… 동아일보에 6개월간 연재한 내용 묶어

조-명 연합군이 울산성을 포위해 가토가 이끄는 왜군을 고립시키는 장면을 묘사한 ‘울산성 전투도’ 병풍. 이 전투에 참여한 나베시마 나오시게 가문이 각종 기록을 토대로 17, 18세기경 제작한 것이다. 북촌미술관 제공
조-명 연합군이 울산성을 포위해 가토가 이끄는 왜군을 고립시키는 장면을 묘사한 ‘울산성 전투도’ 병풍. 이 전투에 참여한 나베시마 나오시게 가문이 각종 기록을 토대로 17, 18세기경 제작한 것이다. 북촌미술관 제공
“정유재란은 노예전쟁이기도 했던 것이다. 유럽의 노예상들 사이에 조선인 노예가 인기가 있어서 매매가 잘 이뤄졌다. 조선인은 근면 성실한 데다 아프리카 흑인 노예와 아메리카 원주민보다도 값이 쌌기 때문이다.”

전쟁의 피해는 임진왜란 때보다 몇 곱절 컸음에도 임진왜란에 묻혀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던 정유재란의 진면목을 살핀 책 ‘정유재란―잊혀진 전쟁’(안영배 지음·사진)이 발간됐다. 정유재란이 일어난 지 420년(7주갑)이 되는 2017년을 맞아 동아일보가 6개월에 걸쳐 연재한 시리즈에 내용을 추가하고 다듬어 묶은 것이다.

1597년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 점령’을 목적으로 조선의 남부 4개 도, 특히 호남을 우선 빼앗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심지어 조선 남부 지역에 사는 조선인의 씨를 말려 버리고 대신 일본인을 이주시켜 살게 하겠다는 야욕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 때문에 죄 없는 조선인들이 무참히 살육되고 수많은 백성이 일본에 노예로 끌려갔다.

왜군의 칼에 잘린 조선인들의 코는 일본으로 건너가 ‘전리품’으로 전시됐다. 약탈과 강간, 노예사냥 등 잔혹한 행위가 이 땅에서 벌어졌다. 2년간 이어진 전쟁의 피해는 임진왜란 때보다 몇 배나 컸다.

책은 정유재란이 ‘잊혀진 전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배로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둔 명량해전과, 조선 수군과 명 수군이 최초로 연합 해전을 펼친 노량해전이 모두 정유재란 때 벌어진 일이다. 정유재란은 또 동아시아 3국이 싸운, 당시로선 드문 국제 대전이었다. 조-명 연합군과 왜군이 일진일퇴의 혈투를 벌였다.

저자는 420년 전 정유재란의 역사적 현장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그 결과 파괴되고 왜곡된 곳이 적지 않았다. 왜군들이 주둔했던 왜성들은 강제로 동원된 조선인들이 피땀 흘려 지은 성임에도 불구하고 왜색이라는 이유로 방치되거나 엉터리로 복원된 경우가 상당했다. 정유재란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수군 주둔지였던 전남 순천의 장도 섬 역시 개발로 훼손됐다.

책은 칠천량해전으로 시작해 조선의 마지막 육전(陸戰)인 황석산성 전투, 호남을 빼앗긴 뒤 자행된 왜군의 살육과 노예사냥, 수군의 재건과 다시 일어선 의병들, 숨겨진 전쟁 절이도해전, 다국적 특수군 해귀(海鬼)와 거인(巨人), 한중일 장군들의 동상이몽 등의 이야기가 숨 가쁘게 펼쳐진다.

저자는 동아일보에서 30년 가까이 기자로 일하며 한국의 풍수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우리 역사에 관한 관심과 조예가 깊다. 그는 “시리즈를 연재하는 동안 전국 각지와 해외교포 독자들의 격려 메일을 받았다”며 “정유재란을 되짚어 보며 전쟁의 교훈을 찾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순 한일협력위원회 부회장(전 경원대·호남대 총장)은 추천사에서 “국난을 극복한 동력이 정부보다 일반 백성들의 호국 혹은 국토수호 정신과 열정적인 헌신에 있었다는 저자의 관점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정유재란#정유재란-잊혀진 전쟁#안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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