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광표]동네 빵집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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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TX 동대구역에 새로운 풍경이 생겼다. 삼송빵집 매장에서 줄지어 빵을 사는 사람들 모습이다. 여기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통옥수수빵이다. 빵 속에 들어 있는 옥수수 알갱이의 부드러운 맛이 일품으로, 사람들은 흔히 마약빵이라 부른다. 빵을 사들고 나오는 사람들은 봉투에 써 있는 ‘1957년 창립’이라는 문구를 보고 깜짝 놀란다.

▷삼송빵집은 1957년 대구 남문시장에서 문을 열었다. 하지만 50년이 넘도록 그냥 평범한 동네 빵집이었다. 삼송빵집을 아는 대구 사람도 많지 않았다. 화재 등의 어려움 속에서도 3대에 걸쳐 빵집을 지켰고 2008년 통옥수수빵을 개발했다. 이 맛에 반한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입소문이 나자 2015년 4월 동대구역에 매장을 냈다. 곧이어 현대백화점 대구점과 서울의 무역센터점에 입점했다. 그 후 매장을 계속 늘리며 연매출 240억 원대의 브랜드로 성장했다.

▷대전에 가면 1956년 문을 연 성심당 빵집이 있다. 도심의 매장은 물론이고 KTX 대전역 매장도 종일 붐빈다. 대전역을 거쳐 가는 많은 사람들은 튀김소보로 등을 사들고 열차에 오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군산 이성당(1945년 설립)에 가면 늘 긴 줄이 서 있다. 인기상품 단팥빵이 나오는 시간이면 더 복잡하다. 군산을 찾는 여행객들 사이에선 노란 이성당 봉투를 들고 인증샷을 찍는 게 이미 유행이 됐다. 서울의 태극당 빵집(1946년 설립)은 최근 고풍스러운 1970년대 인테리어를 그대로 되살려 떠났던 손님들을 다시 불러 모으고 있다.

▷요즘 동네 빵집이 인기다. 이들 외에 서울의 나폴레옹제과나 효자베이커리, 부산의 백구당, 전주의 풍년제과, 광주의 궁전제과, 안동의 맘모스제과, 목포의 코롬방제과 등 동네 빵집을 찾아다니는 순례객도 있다. 이 빵집들에는 특별함이 있다. 대를 잇는 빵집 외길, 빵 맛에 대한 집념, 빵을 통한 사회적 기여, 역사와 추억에 대한 관심…. 이는 대형 프랜차이즈가 따라올 수 없는 동네 빵집의 매력이다. 이들이 세월을 잘 견디고 100년 빵집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광표 논설위원 kplee@donga.com
#삼송빵집#성심당 빵집#동네 빵집#나폴레옹제과#효자베이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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