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정부-민주당, 오만하면 국민이 반드시 심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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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만난 박원순 서울시장은 “미세먼지는 안전과 생명의 문제다.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고 강조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6일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만난 박원순 서울시장은 “미세먼지는 안전과 생명의 문제다.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고 강조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박원순 서울시장은 힘든 일주일(16∼21일)을 보냈다. 거액을 들인 서울시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15, 17, 18일 출퇴근 시간 무료 대중교통 정책에 따라 하루에 50억 원씩 150억 원을 썼다. 하지만 박 시장은 21일 서울시에서 긴급 기자 브리핑을 열고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6일 인터뷰를 할 때보다 더 확신에 차 있었다.

―많은 예산이 들어갔다. 시민들이 이렇게 하면 정말 미세먼지가 줄어드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

“미세먼지 때문에 2015년 한 해 30세 이상 성인 1만5000명이 조기에 사망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무엇이 중한디’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시민 생명과 안전만큼 중요한 일이 어디 있냐는 말이다.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 일부 언론에서 미세먼지는 중국 때문인데 왜 서울시가 돈을 쓰느냐고 했던데 생뚱맞은 비판이다. 언제까지 중국 탓만 하겠느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최선을 다해야 한다.”

―150억 원으로 수도권 노후 차를 교체하고 경기도 및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만드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이번 정책의 핵심은 대중교통 무료가 아니라 시민 인식을 바꾸고 실천을 확산하기 위한 투자다.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차량 의무 2부제’로 가기 위한 마중물이다. 이번에 수치적으로는 만족할 만큼은 아니지만 성과가 있었고, 그것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차량 의무 2부제’를 서울시장 특별명령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연간 7번으로 예측해 예산을 편성했는데 벌써 조치가 3차례 내려졌다.

“7번이라는 수치는 재작년, 작년 상황을 고려해 정해진 적정선이었다. 자연현상을 누가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겠나. 다만 조치 발령 기준을 보다 실효성 있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모아지고 있다.”

박 시장은 21일 브리핑에서 올해 상반기 ‘자동차 친환경 등급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배기가스 배출 허용 기준에 따라 자동차를 7등급으로 구분해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또 공해를 유발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단속과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5년간 전기차 사업을 포함한 대기질 개선대책 실행에 2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비난만 하는 것은 쉽다. 대안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미세먼지,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서울 사대문 안에 트램(Tram·노면전차)을 운행하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그건 이미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굉장히 깊은 고민을 해서 천몇백억 원을 투자했다가 결국 포기했다. 서울엔 지상의 교통 간섭이 너무 많다. 트램이 ‘가다 서다’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포기했던 것이다. 지하철이 가장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인 것 같다. 지하철과 지상의 대중교통을 잘 연결해야 한다. 보행 친화 도시, 자전거 도시가 서울의 미래다.”

“3선 도전 마음 굳혔다”

―올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3선 도전을 하는 것으로 보면 되나.

“마음은 굳혔는데 공식 선언은 아직 안 했다. 별도로 기회를 가지려고 생각하고 있다.”

―남은 임기는 어디에 집중할 생각인가.

“3가지가 있다. 사랑에 투자하는 도시. 청년들이 누구나 맘껏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그런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서울의 미래에 투자하겠다. 그동안 채무는 8조6000억 원 감축하고 복지는 두 배로 늘렸다. 세 번째는 평화에 대한 투자다. 서울시가 월드이코노미포럼에서 운영을 잘하는 도시 7위를 했다. 포럼이 서울시의 한계로 지적한 게 남북관계 불안이다. 서울시의 평가가 낮아지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대책이 있나.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서울시는 지속적으로 평화에 투자하겠다. 내년 9∼10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제100회 전국체전을 평양과 공동으로 개최하든지 아니면 북한 각 지역 체전 대표들을 서울에 오라고 하겠다. 과거 남북이 하나였을 때는 전국 함흥, 원산, 청진, 신의주 등에서 다 와서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에 그렇게 되면 좋겠다.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석하는 북측 인사들을 만나 논의하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정부에 요청해 볼 생각이다.”

―동아일보 신년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장 예상 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였다. 배경 분석은 해 봤나.

“여론이라는 것은 공중에 나는 새털과 같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수즉재주 수즉복주(水則載舟 水則覆舟)’,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오직 중요한 것은 시민의 생각과 시민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탄압을 많이 받았다. 험한 꼴을 많이 당했다. 국가권력이 저를 탄압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지지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것은 참 감사하다.”

―지난해 5월 대선 전에는 여론조사 지지율이 좋지 않았다.

“그렇지 않다. 대선 주자로서는 제 지지도가 상당히 낮았는데, 그때 당시에도 서울시장 선호도는 59%였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박원순 당신이 미워서 그런 게 아니라 이번에는 문재인이야’라고 했다. 저하고 문 대통령은 지지 배경이 너무나 같다.”

―문 대통령의 정책,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서울시는 민주당의 이념과 가치, 비전에 걸맞은 여러 정책을 펴왔다. 정책의 실험장이었고 인재의 양성장이었다. 문 대통령께서도 굉장히 현명하게 서울시의 검증된 인재와 정책을 가져다 쓰겠다고 말씀하셨고 실제로 실행했다. 그래서 서울시의 거의 대부분 정책이 중앙정부로 가서 전국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 정부가 성공하는 데 서울시가 굉장히 큰 뒷받침을 하고 있다고 본다.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 한다.”

―얼마 전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박영선 민주당 의원을 만나서 ‘박 시장님은 대선으로 바로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반박했다.

“임종석 실장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 ‘박 시장이 3선 도전 결심을 한 마당에 우리는 존중한다. (민주당 내 서울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불가피하니까 잘해봐라’ 이런 취지의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임 실장이 누구를 지지하고 반대하고 그럴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 마치 그런 것처럼 언론에 흘렸다. 이른바 ‘여의도 정치’가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여의도 정치의 문제점은 시정돼야 한다. 뭐든지 진실을 얘기하고 시민을 중심으로 하는 논쟁이 진행돼야지, 술수적인 그런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장 선거는 남을 얘기하는 것보다 자기를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의 미래를 위해서, 서울시민을 위해서 나는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깊은 담론과 구체적 정책 비전이 오가는 것이 바람직한 선거 양상이 아닐까.”

―왜 그런 얘기가 나왔다고 생각하나.

“우리 민주당이 굉장히 잘나가고 있고 대통령 지지율도 높지만 저는 정말 겸허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만할 때는 늘 국민이 반드시 심판한다. 마치 서울시장은 민주당이 따 놓은 당상인 것처럼, 누가 나와도 되는 것처럼, 그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2014년 지방선거도 세월호 참사 이후에 민주당이 굉장히 유리해서 수도권을 다 석권할 줄 알았다. 그런데 서울만 압도적으로 이기고 경기, 인천 두 지역은 졌다. 정부도, 민주당도 지금의 지지도에 취해선 안 된다. 결국 국민들은 내 삶의 문제와 실질적인 사회의 변화를 평가한다. 지금은 시작일 뿐이고 지금 지지도를 기반으로 정말 좋은 정책을 치밀하게 추진해야 최종적으로 성공하는,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정부가 될 것이다.”

“‘사회적 우정’ 도시 만들어야”

―박 시장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서울시 공무원이 적지 않다. 작년엔 과다한 업무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직원도 있었다. 시민단체 출신 등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들과 기존 공무원들 간의 갈등도 있다.

“어떻게 모든 직원의 환심을 다 얻을 수 있겠나. 서울시민들을 위해 너무 큰 애정과 사명을 가지다 보니까 일을 너무 많이 시켜서 서울시 공무원들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자살 사건도 일어났다. 제가 반성을 많이 했다. 그래서 수첩을 버렸다. 지금은 지시 사항을 메모하는 수첩을 갖고 다니지 않는다. 예전에는 하루에도 몇백 건의 지시 사항이 내려갔다. 그래서 서울이 이만큼 좋아지긴 했는데 공무원들은 힘들었다. 구의역 안전문(스크린도어) 사고 후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면서 경제성, 효율성 중심 정책에서 사람 중심 정책으로 바꿨다. 서울시 직원들이 행복한 직장을 다니도록 23가지 정책을 발표했다.”

―신년사에서 ‘사회적 우정’을 강조했다. 어떤 의미인가.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사회였다고 생각한다. 혼자 삶의 무게를 다 짊어지고 가야 하는 사회. 보육 문제도 그렇고, 결혼도 그렇고, 어르신들도 그렇다. 공공성이 너무 부족한 거다. 정부가 할 일을 제대로 못 한 것이다. 오스트리아 빈에 갔더니 전체 주택 중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70%였다. 보육은 국가가 다 책임지고 있었다. 그래서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다 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게 안 된다. 1인 가족이 25%나 된다. 그래서 함께 살자는 것이다. 사회적 가족, 마을 공동체, 공유도시 이런 것들의 기반이 한마디로 ‘사회적 우정’이다. 공동체적 삶에 기반을 둔 사회적 우정의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인터뷰=이명건 사회부장·정리=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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