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北선수 5명 고정 출전” 파격 제안… 부정적 여론 부담된 南 “3명으로 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남북 평창 단일팀 합의]남북-IOC 로잔협상 막전막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마다 북한 선수 5명 이상이 고정적으로 뛸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은 필요하면 경기 엔트리도 5명 늘려주겠다고 했지만 우리가 거부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IOC 주재 ‘평창 회의’가 끝난 뒤 이같이 밝혔다.

국내에서 논란이 됐던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대한 IOC와 IIHF의 태도는 예상보다 훨씬 적극적이었고 파격적이었다. 국내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출전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한국 선수 등록 엔트리 23명을 유지하고 여기에 북한 선수들을 보강하는 ‘23+α’가 제안될 것이라는 전망은 충분히 예견된 상태였다. 그러나 그 ‘+α’가 5, 6명 선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2명으로 크게 늘었다.


IIHF가 전체 선수단 규모를 뜻하는 ‘등록 엔트리’ 외에 출전 선수 수를 규정하는 ‘경기(출전) 엔트리’ 확대를 제안했다는 것도 파격적이다.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 엔트리는 22명으로 정해져 있다. 단일팀 전체 선수단 규모를 늘리더라도 경기 엔트리를 늘리지 않으면 매 경기 출전하는 선수는 22명으로 다른 나라들과 같다. 그러나 단일팀 경기 엔트리가 5명 늘어난다면 매 경기 22명 대 27명의 대결이 벌어진다. 체력적인 변수 등을 무시하게 된다.

최종 합의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19일 오후까지만 해도 남측 대표단은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남측의 한 참석자는 “IOC는 그전부터 ‘남북이 너무 단정적으로 합의를 해오지 마라. 그건 우리에게 부담이 된다’고 말해왔다”며 “IOC는 북한의 참가에 의지가 있지만 각 국제 경기 연맹과도 합의가 돼야 하기 때문에 예측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분단 국가였던 독일 출신의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이번 평창 올림픽을 남북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겠다며 적극적이었다. 바흐 위원장은 “올림픽 최초로 대한민국과 북한이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합치게 됐다”며 “감동스럽다”는 말도 여러 번 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북한의 요구를 적극 수용한 IOC의 압박에 남측 대표단이 국내 여론을 우려해 주춤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남북이 17일 판문점에서 열린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북한이 바라는 12명 규모는 지나치게 커서 IOC 수용이 어려울 수 있고 이 경우 북측 역시 그 숫자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도 비친 것으로 전해졌지만 IOC는 모두 받아들였다.

IOC는 그에 더해 ‘북한 선수 5명 고정 출전’도 제안했다. 남북 단일팀의 메시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그 정도 출전은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북측 선수 합류로 인한 남측 선수들의 기회 박탈과 감독권 침해 논란으로 국내 부정적인 여론이 높은 한국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제안이었다.

도 장관은 “회의 중에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쪽과 계속 통화를 했고 감독도 북한 선수 3명 정도는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몇 차례 정회를 거친 뒤 협회의 입장을 반영해 3명으로 절충했다”고 말했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파격적으로 합의된 것은 남북은 물론이고 IOC와 IIHF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남북의 단일팀 참가는 IOC에 흥행 분위기를 살릴 재료였다. IIHF로서도 남북 단일팀은 아이스하키 흥행 카드로 손색없었다. 아이스하키 슈퍼스타들이 대거 포진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이 평창 올림픽에 불참하면서 흥행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였다.

합의 발표 후 장웅 북한 IOC 위원은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합의 전날 밤늦게 바흐 IOC 위원장 주최로 남북한 대표단 만찬이 끝난 후 김일국 북한 체육상은 기자들에게 큰 소리로 “식사 자리가 정말 좋았다. 내일 아침 공동발표문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협상 결과에 만족의 뜻을 표했다.

IOC가 회의 결과를 발표한 로잔 올림픽박물관 기자회견장에는 내외신 기자 100여 명이 참석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특히 일본 언론들은 남북 대표단이 머무는 호텔 로비에 머물며 북한 대표단의 동선과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나타냈다.

로잔=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이헌재 기자
#한국#북한#ioc#로잔협상#평창올림픽#남북단일팀#공동입장#2000#시드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