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핵심 공공서비스 스톱… 뉴욕 자유의 여신상 관람 중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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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방정부 4년만에 셧다운]19번째 셧다운… 클린턴땐 최장 21일
공화당 백악관-의회 장악 정국선 처음… 연방공무원 85만명 강제 무급휴가
공항-철도 이용객들 불편 불가피… 국방-외교-사법 등은 정상업무 유지
비자 발급 중단돼 美 방문 차질… 주한미군도 급여 못 받은채 근무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shutdown·잠정 폐쇄)’은 20일 0시가 마감 시한이었던 임시예산안의 상원 표결 처리가 실패한 결과다. 예산을 집행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했으므로 그 예산에 의해 움직이는 정부기관 기능을 부분적으로 정지한 것이다.

국방, 외교, 사법 등 ‘핵심적이고 긴급한 정부 활동’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대부분의 기관 활동이 멈춘다. 원칙과 이유야 뚜렷하지만 미국 밖의 사람들에게는 낯선 상황이다. 영국 BBC는 20일 “미국인이 아니라면 셧다운을 이해하는 데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그 혼란과 궁금증을 풀어본다.

―전에도 이런 사태가 벌어진 적이 있나.

1976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38대·공화당) 때 예산안 처리가 불발돼 처음으로 셧다운이 발생한 이후 이번이 19번째다. 기간은 짧게는 3일, 길게는 21일이었다. 역대 최장 기간(21일) 셧다운은 빌 클린턴 대통령(42대·민주당) 재임 중이던 ‘1995년 12월 15일부터 다음 해 1월 6일까지’였다. 바로 직전 사례는 2013년 10월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44대·민주당) 시절의 셧다운(17일)이다.

―역대 셧다운과 구분되는 이번 셧다운의 특징은 무엇인가.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정국에서 셧다운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셧다운은 대통령(행정부)과 의회 권력이 상이할 때 발생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40대·공화당)의 재임 기간(1981∼1989년)에 역대 행정부 최다인 총 8회의 셧다운이 있었다. 그중 7차례는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을 때였고 나머지 1회는 상·하원 모두 민주당이 다수당이었다.

백악관뿐만 아니라 상·하원 권력을 모두 장악하고도 셧다운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45대·공화당)과 비견되는 인물은 지미 카터 대통령(39대·민주당)이다. 카터 대통령은 재임 기간(1977∼1981년) 내내 상·하원 모두 ‘여대야소’였으나 총 5회의 셧다운을 당했다.

―셧다운이 되면 미 국민에겐 어떤 변화가 생기나.

‘긴급하지 않은 공공 서비스’가 모두 중단된다. 연방공무원 약 85만 명이 강제적으로 무급휴가 조치를 받아 대기한다. 단 대통령, 연방의회 의원, 우체국, 기상청, 항공교통관제국, 연방법원 등은 정상적인 업무 상태를 유지한다.

공항과 철도 이용객은 근무자 감소로 인한 스케줄 지연 등의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국토안보부 산하 교통안전청(TSA) 직원들이 일부 무급휴가에 들어가면서 탑승 수속과 검색 절차가 다소 지연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 교육, 노동, 환경보호 관련 기관 업무도 거의 모두 중단된다.

―민생경제나 산업 분야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나.

셧다운이 장기화할 경우엔 그렇다. 미국 내에서 당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분야는 관광 산업이다. 2013년에는 워싱턴 스미스소니언박물관, 링컨기념관, 의회도서관 등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미 전역의 박물관과 공공기념관 19곳, 그랜드캐니언과 옐로스톤 등 401개 유명 국립공원이 전면 폐쇄됐다.

특히 국립공원의 장기 폐쇄는 2013년 셧다운 당시 여론 악화의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를 의식한 트럼프 행정부는 “사태가 장기화되더라도 국립공원은 개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뉴욕 자유의 여신상은 이번 셧다운으로 이미 방문객 관람 업무를 중단시킨 상태다.

―셧다운은 글로벌 경제에도 악재인가.

국세청 업무가 중단돼 주요 경제 지표 발표가 지연된다. 이로 인해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신흥국에 투자한 자본이 우선적으로 빠져나가면서 세계 증시와 금융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연방정부의 지출이 줄어들면서 나라 전체의 소비도 위축돼 겨우 탄력을 받은 경기 회복세를 약화시킬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일주일 동안의 셧다운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부의 추가 지출이 65억 달러(약 6조9400억 원)에 이른다. 장기적 셧다운은 미국 연간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4%가량 감소시킬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엔 그저 ‘남의 나라 일’인가.

그렇지 않다. 미 국무부의 여권과 비자 발급 업무가 중단되므로 셧다운이 길어지면 미국 방문 계획을 가진 한국인들의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군 복무자에 대한 보수 지급 처리가 중단되는 까닭에 한국에 복무 중인 미군도 셧다운 중에는 급여가 밀린 상태로 근무를 해야 한다. 셧다운이 장기화할 경우 미 정보기관의 북한 관련 정보 수집 활동과 탄도미사일 동향 감시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셧다운으로 인해 군 훈련과 작전 활동이 어려워질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민주당에 사태의 책임을 돌리면서 “정부는 군인 지원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지만 해외 파병 군인들은 급여도 받지 못한 채 자리를 지키게 됐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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