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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없다지만 한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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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없다지만 한계도 없다

주간동아입력 2018-01-21 12:24수정 2018-01-2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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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완전정복 ③] 라이트코인부터 메디토큰까지
대안화폐 말고도 지분 공유 수단, 송금 플랫폼 등으로 활용 가능
[shutterstock]

1월은 가상화폐(암호화폐) 투자자에게 악몽의 한 달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가상화폐시장이 첫 ‘떡락’(시세 폭락)을 맛봤기 때문. 1월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거래소를 폐쇄하겠다고 발표해 시장이 출렁거렸다. 정부가 “정해진 바가 없다”고 수정해 반등하긴 했지만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진 못했다. 이후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중단되지 않고 있고, 중국에서 강도 높은 규제책이 발표되자 16일부터 가상화폐가 대부분 폭락했다. 비트코인은 17일 기준 개당 1400만 원대로 떨어졌다. 지난달 말 2500만 원까지 올랐다 1000만 원 넘게 폭락한 것이다.

가상화폐 가격 폭락이 이어지자 가상화폐에 대한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규제 방침만 내놓아도 가격이 폭락할 만큼 실체가 없는 투자수단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하지만 여전히 정보기술(IT) 업계 전문가나 투자자는 가상화폐가 가치 있는 미래 기술이라는 의견을 견지하고 있다. 비트코인 등 처음 등장한 가상화폐는 대안적 화폐 성격만 띠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반의 스타트업 지분 확보, 송금 플랫폼(리플, 스텔라루멘) 등 다양한 용도로 변화, 발전하고 있다는 것.

가상화폐 중 가장 높은 시가총액(코인마켓캡 기준)을 자랑하는 비트코인(BTC)은 일종의 대안화폐다.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기존 화폐와 달리 통화량이 정해져 있다. 그동안 가상화폐의 고질적 약점이던 해킹 문제도 블록체인을 통해 해결했다. 수학 암호를 푸는 ‘채굴’로 비트코인을 얻는 방식이라 초기에는 통상 화폐의 금융기관이나 정부처럼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도 없었다. 이 같은 차별점을 바탕으로 비트코인은 블록체인발(發) 가상화폐 붐을 일으켰다.

라이트코인 개발자 찰리 리. 최근 그는 라이트코인을 보유하면서 호재를 말하는 게 진정성이 떨어진다며 자신이 갖고 있던 코인을 전량 매각했다. [라이트코인 페이스북]

○ 점점 더 안전해지는 대안화폐

하지만 선발주자인 비트코인에도 문제는 많다. 2015년 이후 중국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상승하며 세계 통화량과 채굴량이 중국에 집중됐다. 채굴량이 많아지면서 채굴 난도가 높아지자 채굴기까지 개발돼 현재 비트코인은 중국시장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비트코인 거래량이 늘어난 만큼 거래 속도도 크게 떨어졌다. 다중 장부로 해킹을 피하는 블록체인의 특성상 저장해야 할 거래 내용이 많아지니 처리 속도가 느려진 것. 후발주자들은 이와 같은 비트코인의 문제를 해결하며 등장했다.

라이트코인
2011년 등장한 라이트코인(LTC)은 비트코인 이후 처음 등장한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로 비트코인의 느린 처리 속도를 개선했다. 즉 라이트코인의 블록 갱신 속도는 비트코인에 비해 4배 빠르다. 또 새로운 암호 알고리즘을 사용해 채굴기를 개발한 업체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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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술을 빨리 도입하는 것도 라이트코인의 장점이다. 가상화폐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을 세그윗(SegWit)이라 하는데 일부 가상화폐는 개발진 내부의 의견 충돌, 채굴자의 이해관계 상충 등으로 세그윗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라이트코인 개발진은 세그윗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라는 가상화폐 소액결제 시스템도 빠르게 적용 중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는 거래할 때마다 서로의 거래 내용을 블록체인에 올려야 거래가 마무리됐다. 당연히 일반 화폐나 금융거래에 비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거래 내용을 모아뒀다 한번에 블록체인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거래 시간을 단축했다. 일부 소액결제에 한해 거래 내용을 각자의 블록에만 기록해 빠른 거래가 가능하지만, 전체 블록체인에 업로드하지 않으면 가상화폐 소유권 이동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추후 한번에 업로드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라이트코인은 지난해 테스트를 마쳤고, 향후 정식 적용되면 일반 신용카드 결제보다 빠르게 거래 내용을 처리할 수 있다. 다른 가상화폐들은 최근에야 비로소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캐시 · 모네로
라이트코인이 편의성 위주로 개발됐다면, 지캐시(Zcash)는 보안과 익명성 유지에 중점을 둔 가상화폐다. 비트코인은 거래자와 거래 내용이 전부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하지만 지캐시는 지불 정보의 일부를 암호화할 수 있다. 따라서 거래 내용이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해도 일부 정보는 확인이 어렵다.

모네로(Monero)는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지불 정보를 전부 기록한 뒤 이것을 몇 개 그룹으로 나눠 뒤섞어버린다. 이에 현존하는 가상화폐 중 익명성 측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 화폐로만 썩히기는 아깝잖아

이오스 · 제논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가 지불수단이 되는 것에 주력한다면, 단순히 기존 화폐를 대체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가상화폐도 있다. 대표적 예가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ETH)이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기반의 거래 시스템 외에도 계약서, 전자투표, e메일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적용할 수 있도록 확장성을 제공한다. 이를 ‘스마트 콘트랙트’라 부르며, 이것을 이용해 만든 프로그램을 분산 애플리케이션(dApp)이라 한다.

일례로 이더리움은 dApp을 바탕으로 ‘DAO’(탈중앙화된 자율조직)라는 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DAO는 특정한 중앙집권 주체의 개입 없이 각 구성원이 모여 자율적으로 안건을 제안하고 이를 다수결에 부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당시 이더리움은 이더리움으로 살 수 있는 DAO 토큰을 판매했다. 이 토큰을 사면 DAO에 투자하게 되는 것으로, 구매자는 DAO의 지분 일정량을 소유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이더리움의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더리움으로 DAO 토큰을 샀다 이를 철회해 다시 이더리움으로 환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이 시스템이 해킹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

결과와 상관없이 새로운 형태의 조직과 지분 공유는 가상화폐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이에 가상화폐 후발주자 중에는 dApp 실현에 중점을 둔 경우도 있다. 블록체인 dApp 프로젝트인 EOS도 그중 하나다. EOS는 이더리움보다 좀 더 발전한 dApp을 구축하고자 만들어진 프로젝트다. 이더리움의 dApp은 블록체인을 이용하기 때문에 중앙서버 시스템에 비해 정보 처리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게다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의 역사가 짧아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

EOS 프로젝트는 EOS.IO라는 오픈소스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dApp의 처리 속도와 편의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제논네트워크라는 프로젝트가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블록체인을 론칭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이들은 제논(XNN)이라는 가상화폐를 발행한 상태다. 1월 16일 기준 제논 개당 0.0002749BTC(비트코인)로 바꿀 수 있다.

EOS 프로젝트는 이와 같은 EOS.IO의 성공적 출시를 위해 ICO(가상화폐공개)를 단행했다. ICO로 EOS 프로젝트의 지분을 나눠 판매하겠다는 것. 그 대가로 투자자는 이오스(EOS)라는 이름의 가상화폐 겸 지분을 받게 된다.

저스틴 선 트론 대표(오른쪽)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친분으로 더 유명해졌다. [EBS 다큐프라임 캡처]

○ 프로그램, 가상화폐 넘어 손에 닿는 변화를

퀀텀 · 에이다
비트코인의 높은 보안성과 이더리움의 확장성을 결합한 가상화폐다. 비트코인이 이더리움보다 보안 수준이 높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비트코인에서 주로 사용되는 전자지갑 때문이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더리움 전자지갑에 고액의 수표가 한 장 들어 있다고 할 때 비트코인 전자지갑에는 다양한 지폐와 동전이 있는 것. 이더리움의 전자지갑은 HDwallet으로 불린다. 이 전자지갑은 한 장의 수표로 가감하는 방식이라 하나의 거래를 마무리해야 다른 거래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거래 내용을 추적하기도 쉽다. 반면 비트코인은 ‘미사용 트랜잭션 출력(UTXO)’이라는 방식을 사용한다. 비트코인이 입금될 때마다 그 금액에 맞는 지폐로 저장되는 것이다. 지폐가 여러 개이니 한번에 여러 거래를 할 수 있고 입출금 내용이 복잡해 이더리움에 비해 추적이 어렵다.

싱가포르의 퀀텀재단(Qtum Foundation)은 이오스처럼 새로운 dApp 구축을 목적으로 2016년 3월 가상화폐 퀀텀(QTUM)을 내놓았다. 퀀텀은 현재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권 국가에서 주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등장해 벌써 시가총액 5위에 올라선 블록체인 개발팀 카르다노의 가상화폐 에이다(ADA)도 마찬가지. 카르다노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블록체인 플랫폼을 지향한다. 에이다는 카르다노 플랫폼에서 사용되는 가상화폐인 동시에 프로젝트에 대해 일정 정도 지분 역할을 한다. 에이다는 일본 개발자들이 주도했다는 의미에서 ‘일본 이더리움’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더리움 이후 ICO를 단행한 가상화폐는 대부분 이와 같은 지분 공유 형태를 띠고 있다. 개발진이 각 프로젝트와 목적을 설명하고 ICO로 투자를 유치해 가상화폐를 나눠준다. 쉽게 설명하자면 가상화폐 겸 일종의 장외주식을 발행하는 것이다. 장외주식이 코스닥에 상장되면 가격이 크게 오르듯 가상화폐도 규모가 큰 가상화폐거래소에 상장되면 가격이 급등하고 그만큼 프로젝트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트론 · 메디블록
최근에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현실에 접목하겠다는 가상화폐가 늘고 있다. 화폐 기능에 집중하는 가상화폐가 1세대,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을 노리는 가상화폐가 2세대라면 이 플랫폼을 이용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새로운 가상화폐들이 탄생한 것. 이들을 새로운 블록체인을 구축한 가상화폐(코인)와 구분하고자 ‘토큰’이라 부른다.

이 중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트론(TRX)이다. 트론은 블록체인 플랫폼을 이용해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유통망을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다. 동영상, 음악, 게임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상품을 구매, 배포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국내에도 이처럼 현실세계에 직접 영향을 미칠 만한 가상화폐 개발진이 등장했다. 메디블록은 블록체인을 의료정보 관리에 접목한 프로젝트다. 보안성이 높은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에 의료정보를 입력해 환자 스스로 자신의 의료정보를 관리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은 병원을 옮길 때마다 문진, 검사를 다시 해야 하지만 메디블록을 이용한다면 자신의 의료정보를 의사에게 직접 보여줌으로써 이 같은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게다가 반복되는 의료정보 해킹도 예방할 수 있다. 메디블록은 한국 개발자들이 한국 의료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든 토큰인 만큼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현재 시가총액 93위).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2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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