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졌다 나타나는’ 밀무역선들…中선박, 北과 석탄 밀거래 수법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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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월 19일 1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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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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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5일 중국인이 소유한 선박 글로리 호프 1호가 서해를 통해 북한 송림항에 들어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산 석탄의 수출을 전면 금지한 안보리 결의 2371호가 통과된 뒤였다.

글로리 호프 1호는 북한산 석탄을 싣고 8월 7일 공해 상으로 나온 뒤에 자동선박식별장치(AIS)가 꺼졌다. 인근을 지나는 선박의 레이더에 포착이 되더라도 선박 정보가 없어 정체를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배는 8일 뒤 중국 롄윈(連雲)항 근처에서 다시 나타났다. AIS 신호가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항구에 정박하지는 않고 1주일 이상 주변 해역을 맴돌다가 베트남 깜파항에 들어와 석탄을 내렸다. 중국에서 석탄을 싣고 온 것처럼 위장한 것이다.
● 사라졌다 나타나는 북 밀무역선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홍콩 등 중국 국적자가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선박 6척이 북한에서 석탄을 실어 베트남 등으로 몰래 운송하는 수법을 관련 위성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이 배들은 미국 정부가 지난해 안보리에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블랙리스트에 올려달라고 요청한 10척 중 중국의 반대로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글로리 호프 1호, 카이샹, 신셍 하이, 위 위안, 라이트하우스 윈모어, 삼정 2호 등이다. 이 배들은 안보리 제재를 피하기 위해 AIS를 끄고 북한을 드나들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 등에 머물 때는 AIS를 켜고 해당 지역에서 석탄 등을 선적하는 것으로 보이게 하고 북한이나 최종 목적지로 향할 때는 AIS를 꺼서 위치를 숨기는 수법을 썼다. 하지만 미국 위성사진에 이 과정이 포착됐다고 WSJ는 전했다.

특히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는 여수항을 출발한 뒤인 10월 19일 공해상에서 정유제품을 북한 선박인 삼정 2호로 옮겨 실었다. 한국 정부는 11월 여수항에 다시 입항한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를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억류했다.
● 국제사회, 해상차단 강화로 대응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9월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통해 북한에 반입되는 정유제품을 연간 450만 배럴에서 200만 배럴로 제한했고,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통해 50만 배럴로 다시 줄였다. 석탄 등 북한의 대외 수출도 90% 차단됐다. 해상 밀무역이 이런 제재를 우회하는 창구로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트위터 계정에 “현행범으로 딱 걸렸다. 중국이 북한에 석유가 계속 흘러들어 가게 허용해 매우 실망스럽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미국은 해상차단을 통해 안보리 대북 제재가 충실히 이행되게 하는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6일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린 6.25전쟁 참전국 등 20개국이 참가한 외무장관 회의(벤쿠버 회의)에서 “북한의 밀수를 방지하기 위해 해상차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밴쿠버 회의 참가국들도 이날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선박 간 불법환적 등 북한 해상 밀수에 대응하며, 해상차단과 해상안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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