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보] “등록금·전세금까지 날렸어요”…가상통화 투자실패 20대 ‘구걸꾼’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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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월 18일 16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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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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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밤 한강 일대에서는 경찰의 일제 ‘수색 작전’이 펼쳐졌다. 이날 오후 9시경 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가상통화 관련 게시판(비트코인 갤러리)에 올라온 글이 발단이었다. “지금 한강이 녹았냐? 진지하다. 엄마 미안”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날 가상통화 시장은 이른바 ‘떡락장(가격이 대폭 하락하는 장)’으로 불릴 정도로 폭락했다.

게시글을 본 한 누리꾼이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다. 1시간가량 마포대교를 중심으로 샅샅이 수색했지만 자살 시도자는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가상통화 가격이 떨어질수록 이런 일이 더 많이 있을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가상통화 시세 폭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사연이 쏟아지고 있다. 기대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심리에 수중의 돈 대부분을 투자했다가 실패한 젊은 층이 많다. 매학기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던 모범생도 예외는 아니었다. 장모 씨(23)는 가상통화 투자자 사이에 ‘구걸꾼’으로 전락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가상통화 투자를 시작하며 전 재산 400만 원을 넣었다. 등록금에 방 월세 낼 돈까지 끌어 모았다. 하지만 17일 가상통화 시세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는 인터넷에 “보증금 500만 원에 월 35만 원짜리 자취방을 들어가야 한다. 제발 도와 달라”는 글을 77건이나 올렸다. 장 씨는 “부끄럽지만 일단 살아가는 게 먼저 아니냐”고 했다.

대출까지 받아 투자했다가 실패했다는 이들도 많다. 경기 성남시의 방모 씨(25)는 저축은행에서 500만 원을 빌렸다. 2년 동안 모은 2000만 원이 있었지만 가상통화 투자금으로는 부족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상통화 폭락 후 그의 수중에는 200만 원 정도밖에 남지 않게 됐다. 방 씨는 “신용등급이 8등급이라 이젠 대출도 어렵다. 가상통화 투자는 더 이상 생각도 하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가상통화 투자자들이 정보를 교류하는 무대인 비트코인갤러리에서는 최근 비명과 아우성이 끊이지 않는다. 한 누리꾼은 “집을 담보삼아 2억 원을 대출받아 투자했다가 실패해 아내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았다”는 글을 4차례나 올렸다. 가정 폭력을 목격했다는 글도 있었다. 경기지역에 살고 있다는 한 누리꾼은 “18일 새벽에 가상통화 투자에 실패한 남편이 반려견을 때리다가 이를 말리던 아내까지 때렸다. 아내가 우리 집으로 도망쳐 와서 살려달라고 할 정도였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가상통화 투자가 정말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성호기자 hsh0330@donga.com·조응형·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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