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둥이로 맞는 느낌”…A형? B형? 알아두면 쓸모 있는 독감 예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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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월 18일 15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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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콜록’. 수많은 눈총이 기침 소리가 나는 곳으로 날아가 꽂습니다. 마스크는커녕 손으로 가리지도 않고 지하철에서 퍼지는 기침. 3년 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고도 아직 타인을 위한 배려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독감이 유행인데요, 감염 방지 수칙 등을 소개합니다.


●서로서로 조심합시다


“마스크를 하고 오시는 분은 독감이 아닌 경우가 많아요. 독감 진단을 한 환자에게는 마스크 소지 여부를 물어보고 없으면 하나 드립니다. 그런데 2, 3일 뒤에 다시 오실 때는 마스크를 안 하고 오신 경우가 많아요. 걸리지 않은 분들이 더 조심하고, 걸린 분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아쉽죠.” -신광철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공보이사

“주변에서 다들 한 번씩 독감에 걸렸더군요. 회사나 지하철 같은 사람 많고 공기 안 좋은 곳에선 신경이 쓰입니다. 이런 데서 기침하면 신경 쓰이고 찝찝하더군요. 독감 유행 시즌이 아니어도 기분 나쁜데 요즘 같은 독감 유행기에는 오죽하겠어요. 요즘 추워서 면역력도 떨어지는데 연초부터 아프긴 싫어요.” -정모 씨(35·회사원)

“예방접종을 했는데도 딸이 독감에 걸린 적이 있었어요. 너무 아파서 학교를 못 갈 정도였죠. 예방접종이 효과가 없다고 생각해서 2년 전부터는 접종을 안 했어요. 건강 상태나 청결상태를 신경 쓰는 게 더 나은 거 같아 과일 자주 먹이고 손, 발 많이 씻기는데 더 신경 썼죠. 요즘 그래서 더 건강해진 듯해요.” -김은주 씨(46·대구광역시 동구 거주)


●몽둥이로 맞는 느낌이에요


“연말연시에 잦은 술자리로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여서 독감에 더 쉽게 걸리지 않았나 생각해요. 추운 날 강남역 근처에서 새벽까지 있었으니 말이죠. 태어나서 처음 걸린 독감이었는데, 새벽부터 오한과 두통이 와서 잠자는 시간이 정말 고통스러웠어요.” -박혜수 씨(24·대학생)

“비오는 날 비를 맞고 나서 한숨 자고 일어났는데 온몸이 쑤시고 힘이 없어서 감기몸살인가 싶었어요. 감기약도 안 듣더니 저녁부터 태어나서 가장 심하게 아팠던 것 같아요. 열을 쟀더니 38.5도였고 A형 독감 진단을 받았죠. 감기랑 독감은 아픈 정도부터가 달라요. 약을 먹으면 구역감이 심해서 4일 동안 아무것도 못했죠.” -홍수연 씨(24)

“타미플루가 안 맞아서 페라미플루라는 수액을 맞았어요. 3일 정도 지난 지금 열은 아직 38도 정도 되긴 하지만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됐어요. 28개월 된 아이가 있는데 독감 때문에 시댁에 맡겼어요. 어느 정도 회복됐다 해도 아이한테 안 옮긴다는 보장이 없어서 확진된 날부터 아예 시댁으로 보냈죠. 너무 보고 싶지만 며칠간은 데리고 오지 못할 거 같아요.” -이지희 씨(35·영양사)


● A형? B형? 뭐가 다르죠


“A형 독감은 사람뿐만 아니라 몇몇 동물에게도 감염되고, 항원 변이가 흔해서 전 세계적인 대유행이 종종 나타납니다. B형 독감은 사람에게만 감염되며 두 종류가 동시에 혹은 번갈아 유행해왔습니다. 독감 증상으론 38도 이상의 고열, 기침, 인후통, 두통, 근육통, 피로감 등이 있습니다. A형은 발열, 기침 증상이 더 많고, B형 독감은 A형보다는 증상이 가볍지만 어린아이들이 흔히 발생하고 설사, 두통, 근육통이 더 자주 나타나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미숙 경희대병원 감염면역내과 교수

“질병관리본부 자료를 보면 이번 독감은 B형 54%, A형 46%의 분포를 나타내고 있어요. 작년에 A형이 유행을 주도한 것과 다릅니다. 보통 독감 환자들이 ‘3가 백신’을 많이 접종받는데, 이번에 유행하는 ‘야마가타’라는 독감 종류는 이 백신으로 예방할 수 없습니다. 2016년부터는 한 달 일찍, 12월 초부터 시작해 대유행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독감 바이러스는 건조하고 추울 때 활발해집니다. 재작년부터 평소보다 1, 2달 일찍 추워진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봅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백신에 있는 바이러스가 일치하면 노인과 영유아를 대상으로는 60%, 젊고 건강한 사람에겐 80%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바이러스가 조금만 변형돼도 효과가 30~40% 이상 떨어질 수 있어요. 독감 유행기에는 야외활동이 많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걸려요. 유행이 끝나가는 지금 고위험군 환자들이 합병증으로 입원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습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 의사·약사도 극한직업

“독감 유행 후 우리 병원에 오는 독감 환자 수가 20% 정도 증가했습니다. 의사의 경우 환자와 밀폐된 공간에 있다가 바이러스를 묻혀서 집에 가잖아요. 그래서 의사 가족들이 잘 걸려요. 제 딸이 한 살 땐데 독감에 심하게 걸렸어요. 그때도 지금처럼 독감 유행기였죠. 슬프지만 그게 의료진의 숙명이죠.” -오재국 씨(49·보아스 이비인후과 원장)

“‘타미플루 먹는 5일 동안은 외출을 삼가라’, ‘물 많이 마시고 잘 먹고 푹 쉬어라’ 이런 말을 해도 안 듣고 더 악화시켜서 재방문하는 분들도 많죠. 스키 타러 가서 상태가 더 나빠져서 온다든지, 연말 술자리에 나가서 더 도져서 오는 분들 등등 많아요.” -이현종 씨(46·리앤홍 이비인후과 원장)

“요즘 마스크가 황사 시즌만큼 많이 팔리는 거 같아요. 그런데 종종 독감 약 타러 와서 마스크 안 쓰고 바로 앞에서 기침하는 분들도 있죠. 이런 분들 때문에 저도 마스크 쓰고 손을 수십 번 씻어요. 그리고 독감이 유행하다 보니까 독감 약이 떨어지는 일이 많죠. 그나마 최근에는 여러 회사에서 독감 약이 나와서 다행이에요.” -박영숙 씨(58·약사)

● 알아두면 쓸모 있는 독감 예방법

“독감에 안 걸리기 위해선 일단 예방접종이 우선입니다. 다음이 평소 개인 위생 실천이겠죠.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고, 손은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 씻는 게 좋아요. 또 기침할 땐 휴지나 소매로 코와 입을 막는 습관도 중요합니다. 만약 독감 의심 증상이 있다면 신속히 병원 방문 후 진단 및 치료를 받는 게 현명합니다.” -서순영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 보건연구사

“환기로 실내 공기를 순환시키고 적정 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독감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실내 공기가 건조하고 더러우면 코와 기관지의 점막이 마르면서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환기는 30분 이상, 오전 10시~오후 9시 사이에 하는 게 좋아요. 추운 날 창문을 열기 부담스럽다면 주방 후드의 환기시스템을 이용해도 효과적입니다.” -조성민 하츠 AQM(Air Quality Management)랩 연구소장

“간혹 학생들의 경우 독감에 걸리면 학교는 결석하지만, 학원에 출석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항바이러스제를 먹어서 상태가 좋아졌어도 감염력이 여전히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학원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은 위험하죠. 제발 독감에 걸린 아이들이 푹 쉴 수 있는 시간을 줬으면 좋겠어요.” -윤수진 힐링컴즈 대표·약사

“독감에 걸렸을 때 노약자나 심장질환, 만성 폐질환, 당뇨병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합병증이 특히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독감의 흔한 합병증으로 급성 기관지염, 급성 부비동염, 폐렴 등이 있으며 특히 2차 세균감염에 의한 폐렴이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고령자의 경우 기침, 가래, 발열 등이 지속되다가 증상이 악화된 후 폐렴으로 진단받기도 합니다. 따라서 조기에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서영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전임의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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