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보] “자고 일어났더니 수익률이 -50% 멘붕” 가상통화 ‘폭락’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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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월 17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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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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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났더니 수익률이 마이너스 50%가 돼 있었다.” “대출 받아 투자한 게 하루아침에 다 날아갔다.”

17일 오전 잠에서 깬 가상통화 투자자들이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다. 전날 밤부터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통화 가격이 일제히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날 가상통화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채팅방에는 이 같은 한탄 섞인 글들이 올라왔다. 무엇보다 “왜 이렇게 많이 떨어지느냐”는 궁금증이 쏟아졌다. 미국 비트코인 선물 시장의 만기일 때문이라는 분석과 ‘공포 주고받기’가 원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간밤에 가상통화 ‘폭락’ 이유는

이날 세계 가상통화들은 일제히 폭락했다. 16일 오전 6시 코인당 1956만9000원이었던 비트코인은 다음 날 오전 6시 1291만9000원까지 급락했다. 같은 시간 다른 가상통화 리플도 2475원에서 1220원까지 떨어졌다. 16일 밤부터 비트코인이 하락세에 접어들더니 가상통화 시장 전체를 폭삭 가라앉혔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하락을 주도했다. 비트코인 1만 달러가 무너지면서 투자 심리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이날 하락한 이유로 ‘중국발 규제’와 ‘미국 선물 시장’을 꼽았다. 중국 정부가 최근 채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개인 간(P2P) 거래를 차단해 시장에 쇼크가 왔다는 분석이다. 현재 중국 투자자들은 거래소 폐쇄로 P2P 플랫폼을 통해 거래를 하고 있다. 사실상 투자 방법이 사라지면서 일부 채굴업자와 장외거래를 하던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던 코인을 던져 하락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미국 비트코인 선물 만기일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 만기일은 각각 17일, 26일(현지시간)이다. 투자자들이 만기일을 앞두고 청산을 위해 매물을 쏟아내면서 선물 가격이 폭락했고, 이 때문에 현물 가격도 떨어졌다는 것이다. 선물 투자는 특정 일자(만기일)에 구매자와 판매자가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사고팔기로 약속하는 선거래다. 전날 CBOE에서는 비트코인 선물 가격이 20% 급락하면서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전문가들 “회복 더딜 것”

전문가들은 “명확한 원인을 찾기는 어렵다”면서도 한 가지 공통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16일 밤 미국 시장이 폭락을 주도한 뒤 17일 오전 한국 투자자들의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공포를 주고 받다보면 명확한 이유가 없어도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선물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려면 비트코인과 선물을 동시에 사고팔며 차익거래를 해야 한다”며 “한 달 동안 현물을 모아 봐야 얼마나 모았겠나. 물량이 많지 않아 선물 만기일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투자 심리 위축을 폭락 원인으로 지목했다.

17일 오후 2시 현재 가상통화 대부분은 전날 대비 20~30%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보다 급락 이후 반등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정부의 계속된 규제에 일부 투자자들이 떠난 데다 새 투자자 유입이 막혀 ‘시장 파이’가 쪼그라들었다. 이 때문에 시장 회복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거품이 빠지면 건전한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분석도 나온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장기 투자자들만 남으면 가상통화의 시세 변동폭이 줄어들 것”이라며 “미국 금융권에서도 블록체인과 가상통화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며 과거 부정적 견해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했던 지난해 발언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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