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가상통화-영어수업 정책혼선 질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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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엇박자 바람직하지 않아”… 국무회의서 사전 긴밀조율 강조
법무부 등 섣부른 정책발표 경고장… 李총리도 “상의 더 했어야” 지적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16일 가상통화 대책,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 재검토 등 정책 엇박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청와대가 새해 들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 부처의 섣부른 정책 발표로 인한 혼선에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부처 간 협의와 입장 조율에 들어가기 전에 각 부처의 입장이 먼저 공개돼 정부 부처 간 엇박자나 혼선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협의 과정에서 각 부처의 입장들이 드러나는 것은 좋은 일이고, 협의 과정을 통해 그런 입장 차이를 좁히고, 결정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부처 간 긴밀한 협조를 당부했다. 또 “정부 입장은 최종적으로 조율돼 나가야 하는 것이고, 결정되면 그대로 가야 하기 때문에 잘 조율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가상통화 대책과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 재검토 등을 정책 혼선의 사례로 든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 지지층의 반발로 청와대가 가상통화 대책을 뒤집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논란의 출발점이 됐던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가상통화 거래소 폐지 발언이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대책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검토 중이던 거래소 폐지에 대해 개인 생각을 앞세워 발언이 나오다 보니 혼란이 가중됐던 것이다. 앞으로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신뢰도와 부패인식지수 등을 언급하고 “우리나라의 위상에 비해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한 수준”이라며 정부 혁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내부 칸막이 행정을 깨는 협력을 통해 할 일은 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 총리는 국무회의 뒤 열린 오찬 간담회에서 방과 후 영어교육 금지 정책과 관련해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문제는 (정책 집행의) 속도를 줄이는 게 낫다. 정부 전체로서의 분야도 교육이 크다. 상의를 좀 더 사전에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일제히 부처 간 조율을 강조한 것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어느 정도 업무 파악을 끝낸 장관들이 이제 본격적인 성과 내기에 욕심을 낼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의욕이 앞서 혼란을 야기하는 일을 막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폭등하고 있는 서울 강남 부동산 대책에 대해 “좀 더 잘 정리된 정책으로 내놓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청와대와 같은 태도를 취했다.

한편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에 대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지켜주는 버팀목인 동시에 가계 소득 증대, 내수 확대를 통해 소득주도 성장을 이루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직무중심 임금체계 개편이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확산 등 후속 대책을 속도감 있고 세밀하게 추진해 최저임금 인상을 안착시키는 데 각종 부처가 총력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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