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핵-이산상봉 미뤄둔 채 2주일간 순조로운 ‘평창 해빙’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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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남북 평창회담]

“2주가 2년 같았다.”

16일 정부 당국자는 최근 진행된 남북 대화 국면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평창 참가’ 신년사 이후 내달려온 남북 대화 국면이 그만큼 급박했다는 것. 하지만 한반도의 근본적 긴장완화를 위한 고위급 대표단의 평창행 등 대화의 ‘본게임’은 이제부터라는 지적이 나온다.

○ 2년여 만의 대화, 물꼬는 텄지만

9일 고위급 회담은 2년 1개월 만에 열렸지만 공동보도문을 내며 관계 진전의 첫발을 내디뎠다. △군사적 긴장 완화 △한반도 문제에서 대화로 해결 등 합의 내용도 발표했다. 남북은 3일 판문점 연락채널에 이어 9일 서해 군 통신선을 복원했다.

북측은 고위급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의 대표단을 보낼 의사를 밝히고, 그 ‘선봉’에 삼지연 관현악단 140여 명을 보내기로 했다. 평창을 남북 축제의 장으로 만들자는 정부 기대에 화답하는 동시에 김정은 체제 선전의 장으로 삼으려는 의도도 감추지 않고 있는 것. 물론 이런 흐름이 ‘평창 모멘텀’에 속도를 더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이 무리하게 체제 선동 시도만 하지 않는다면 일단 공연 자체는 남북 화해 무드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아직 북한의 속내는 분명치 않다. 정부가 요구한 군사회담 개최는 합의됐지만 일정이나 의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김정은 신년사 이후 북한의 페이스대로 지나치게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우리와 국제사회가 북한에 요구하는 사항은 회담 기간 중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놓고선 첨예한 입장 차만 확인했다. 고위급 회담 북측 수석대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9일 “(비핵화 여론이 조성되는 등) 오도되는 소리가 나오면 좋지 않은 모양새를 가져온다”고 쏘아붙였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도 마찬가지. 북한은 탈북 여종업원의 북송 등을 조건으로 내걸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 ‘평창 너머’로 의제 넓혀야

일각에선 북한이 평창 올림픽 때 여종업원 문제를 이슈화해 역공할 가능성까지 점친다. 예술단이나 참관단 속에 여종업원 가족 몇 명을 포함시켜 한국에 내려와 “내 딸이 보고 싶다”는 식의 퍼포먼스를 통해 여론전을 펼칠 수도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지나치게 평창 올림픽에 매달렸다는 지적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협상의 3박자인 일정, 의제, 발언권 모두 북한에 내줬다. 이제라도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북은 17일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제반 사항을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개막식 공동입장, 단일팀 구성, 한반도기 사용 등을 놓고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의에 남북한의 합의안을 내놓기 위해서다. 북측의 평창 참가에 정부가 ‘편의 제공’을 약속한 만큼 대북 제재 위반 논란을 피할 지원책 마련을 놓고도 논의가 오갈 수 있다.

북한은 협상에 나서면서도 대남 공세의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6일 논평에서 “진정으로 북남관계 개선을 바라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 마련을 위해 노력할 용의가 있다면 ‘키리졸브’ ‘독수리’ 연합 군사연습을 연기할 것이 아니라 완전히 중지해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조선중앙통신은 15일 “남조선 당국이 여론 관리를 바로 못하고 입 건사(간수)를 잘못하다가는 잔칫상이 제상으로 될 수 있다”고 협박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주성하·신나리 기자
#평창올림픽#한국#북한#남북대화#남북 단일팀#핵#이산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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