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농업 양보 안될 말… 보따리 모두 내놓으라는 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경제장관에게 듣는 새해 정책 방향]<3>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농업 부문 양보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이 11일 서울 여의도 농식품부 사무소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농업 부문 양보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이 11일 서울 여의도 농식품부 사무소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관련해 “농업에서 양보하라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농업은 레드라인”이라고 밝힌 데 이어 주무 부처 수장이 국내 농축산물 시장을 추가 개방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것이다. 이르면 이달 말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FTA 2차 협상에서 미국 측이 농업 분야 개방 문제를 협상 카드로 들고나올 경우 우리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김 장관은 11일 동아일보의 신년기획 시리즈 ‘경제장관에게 듣는 새해 정책 방향’ 인터뷰를 위해 서울 여의도 농식품부 사무소에서 본보 취재팀을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는 ‘농업을 양보해 자동차 철강 등 핵심 제조업을 지킬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에 “보따리를 두 개 들고 있던 사람에게 하나를 빼앗은 뒤 나머지 하나까지 내놓으라는 격”이라고 말했다. 기존 한미 FTA에서 이미 상당 부분을 양보한 마당에 또 양보하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말이다. 다음은 김 장관과의 일문일답.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농림축산 분야를 지킬 수 있나.

“더 양보할 수 없다. 미국 농업계는 2012년 한미 FTA 발효로 이미 많은 도움을 받았고 만족하고 있다. 곡물뿐 아니라 쇠고기 등 축산 분야도 마찬가지다. 미국 농업계의 요구가 강하지 않은 만큼 협상에서 주요 의제로 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시장을 지키는 게 왜 그리 중요한가.

“농업을 양보하면 수많은 일자리가 없어진다. 한미 FTA 발효 전 한우 농가는 14만 가구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8만 농가만 남았다. 6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이미 날아갔다. 고용창출 효과는 자동차보다 농업 부문이 더 크다. 한미 FTA 발효 전 5년 동안(2007∼2011년)과 비교하면 쇠고기 수입은 244%, 체리는 239%, 치즈는 202%, 오렌지는 84% 증가했다. 농업의 피해는 이미 크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농가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농림어업 분야에서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사람의 비율은 46.2%로 다른 산업 평균(13.6%)보다 높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당초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상이 아니었던 5인 이하 농가를 지원 대상에 넣은 이유다. 농업법인이 청년층(만 18∼39세 이하)을 고용하는 경우 1인당 월 100만 원 한도 내에서 6개월까지 인건비를 지원하는 농업법인 청년취업지원제도 같은 간접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이런 지원책을 감안하면 크게 부담이 안 될 것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최저임금 인상은 일부 부작용이 있다고 해도 옳은 방향이다.”

―현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자임하고 있다. 농업 분야에서 일자리를 늘릴 방법은….

“결국 젊은 일자리를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 스마트팜, 말산업, 반려동물산업 등을 육성하겠다.”

―쌀값이 많이 올랐다.

“지난해 6월 농식품부 장관에 지명됐을 때 쌀값이 80kg 한 가마에 12만6000원으로 20년 전 가격(14만4135원)보다도 떨어진 상태였다. 근로자들에게 20년 전 월급을 그대로 준다고 하면 가만히 있겠나. 농민들은 감내했다. 1월 5일 기준 산지 쌀값이 15만7692원으로 지난해보다는 올랐지만 평년(16만1000원) 수준에는 아직 못 미친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한 달에 5kg인데 금액으로 따지면 9600원 오른 셈이다. 인상폭이 카페에서 파는 커피 2잔 정도다. 우리 국민들이 용인해줄 만한 수준이라고 본다.”

―정부가 지원하는 쌀 변동직불금 때문에 과잉생산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은 아닌가.

“직불금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에는 동감한다. 다만 일단 쌀 생산을 줄이고 수요와 공급이 안정돼 적정 가격 수준에 이르면 이를 토대로 제도를 개편하겠다. 올해부터 2년간 논에 콩 등 밭작물을 재배하면 지원금을 주는 쌀 생산조정제가 실시된다. 경과를 보면서 연구 검토를 거쳐 직불금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 또 쌀 가격과 생산량에 따라 지급하는 현 체계를 바꿔 친환경농업 등에 지원하는 ‘공익형 직불제’로 바꿔 나가겠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한계농지’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한계농지는 비탈이 심하거나 토질이 나빠서 밭농사를 기계화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쌀 생산을 줄이려면 농업진흥구역, 즉 절대농지의 용도를 변경하도록 해왔는데 한계농지도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지난해 간척지 중에서 염도가 높아 농사가 힘든 일부 한계농지는 태양광발전에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발생 우려가 크다.

“철새가 날아다니면서 바이러스를 옮기고 있어 AI 발생을 원천 봉쇄하기 어렵다. 게다가 농림축산검역본부 검사 결과 이번에 발생한 H5N6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이 2.1일 만에 폐사할 정도로 바이러스가 강하다. 다만 과거에는 고병원성 확진이 나온 뒤에야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내리는 등의 방역 조치를 했지만 지금은 H5형만 확인되면 즉시 도살 처분한다. 예전보다 하루 이틀 빠르게 조치해 확산을 막고 있다.”

―연초 기자들에게 올해를 ‘농업 변신의 원년’이라고 선언했는데….

“농촌 현실이 어렵지만 어렵다고만 할 게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을 피할 것이 아니라 선점해야 한다. 자율주행 트랙터가 개발되면 농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

△ 1955년 전남 완도 출생
△ 광주제일고, 건국대 행정학, 미국 시러큐스대 행정학 석사
△ 1977년 행정고시 21회 합격
△ 2005년 행정자치부 홍보관리관
△ 2006∼2008년 전남도 행정부지사
△ 2008∼2016년 제18, 19대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인터뷰=신치영 경제부장 / 정리=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경제장관#새해#2018년#정책#김영록#농림축산식품부#장관#한미fta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