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블랙리스트 문건 PC서 발견說 나돌자 행정처 “무리한 플레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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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조사위 발표 앞두고 신경전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 중인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 컴퓨터에서 특정 판사의 성향과 동향이 기록된 문건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지자 법원 내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문건은 법원행정처가 2016년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 유력 후보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A 판사의 성향 및 동향 분석과 함께 대항마를 내세운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이 나온 PC 사용자였던 전직 심의관은 조사위에 출석해 간부의 지시에 따라 문건을 만들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조사위는 최근 해당 컴퓨터를 사용한 기획조정실 전·현직 기획심의관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56) 등을 불러 대면조사를 했다.

문건에 대해 조사위는 법원행정처가 본연의 업무가 아닌 판사의 동향을 파악한 것은 사법행정권 남용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행정처 본연의 업무는 사법행정 사무와 재판업무 지원, 인사, 예산 등이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는 조사위 측의 주장을 반박하며 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이날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법원행정처에서는 “조사위가 무리하게 프레임을 짜서 플레이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블랙리스트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인사상 불이익 등 피해가 발생해야 하는데,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으로 뽑힌 A 판사는 선거 이후 인사에서 지방의 한 지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영전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판사들에 따르면 2016년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 선거 당시 A 판사를 지지하는 판사들이 동료들에게 식사를 접대하면서 A 판사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는 등 일부 과열 양상을 빚었다고 한다. 특히 한 언론이 선거 접대를 취재하자 법원행정처가 선거 상황이나 접대 경위를 알아봤고, 그 결과가 조사위가 문제 삼은 문건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조사위는 문건에 대해 “조사 종료 때까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선 판사들은 법원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논란과 불필요한 갈등을 조속히 매듭짓기 위해서는 조사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지역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조사를 진행하는 와중에 외부에 내용이 유출되면 법관들 사이에 논란만 키운다”며 “조사위가 출범한지 두 달이 지난 만큼 하루빨리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출신의 한 부장판사는 “조사위가 확보한 문건들이 블랙리스트라고 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조사위는 문건에 대해 미리 가치판단을 하지 말고 판사들에게 공개해 최종 판단은 판사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권오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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