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대응 대중교통 무료’ 조치 놓고 맞붙은 서울시장-경기지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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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늑장보다 과잉 대응이 낫다” 남경필 “포퓰리즘 미봉책 즉각 중단”

장군님도 숨 막혀… 서울 덮친 미세먼지 서울 등 중부지방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기록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바라본 이순신 장군 동상이 아주 흐리다. 뒤의 경복궁은 뿌옇게 보이고 그 너머 
청와대는 아예 보이지 않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장군님도 숨 막혀… 서울 덮친 미세먼지 서울 등 중부지방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기록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바라본 이순신 장군 동상이 아주 흐리다. 뒤의 경복궁은 뿌옇게 보이고 그 너머 청와대는 아예 보이지 않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박원순 시장
박원순 시장
서울시가 전날 시행한 서울형 미세먼지 저감조치에 따른 대중교통 무료 운행을 놓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16일 정면충돌했다. 박 시장은 “비난만 하는 것은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고 남 지사를 비판했다. 전날 “실효성이 없다”고 한 남 지사를 겨냥한 것이다. 이에 남 지사는 “폭군 같은 논리다. 공개토론 하자”고 맞받았다. 이날 오전 박 시장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대중교통 무료 운행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은 데 대해 “늑장 대응보다 과잉 대응이 낫다”고 운을 뗐다. 박 시장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심야 긴급 기자회견에서도 이 말을 했다.

대중교통 무료 운행이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가 낮고 세금만 낭비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박 시장은 “‘무엇이 중헌디’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이것은 재난”이라며 “시민 생명과 안전만큼 중요한 일이 어디 있나. 그것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에 따르면 2015년 30세 이상 성인 1만5000명이 (대기오염 때문에) 기대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사망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저감조치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서울을 뒤덮는 미세먼지가 50% 넘게 중국에서 발생하는데 이런 조치로 개선되겠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생뚱맞은 비판이다. 나머지 50% 가운데 배기가스가 25%를 차지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느냐”며 “언론이나 전문가 의견은 무엇이든 받아들여 개선할 자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전날 남 지사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실효성 없는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서울시 대기 따로 있고, 경기도 공기 따로 있나. 경기도건 서울시건 ‘호흡공동체’ 아닌가. 정작 참여를 안 하면서 비난만 하는 건 시민 삶을 챙기는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서울지역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나쁨’(m³당 50μg 초과) 수준에 해당하고 이튿날도 ‘나쁨’이 예보되면 저감조치가 발령된다. 그러나 경기도와 인천시는 “서울시의 일방 조치이고 실효성이 부족하다”며 참여하지 않았다. 남 지사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감조치는 포퓰리즘 미봉책이라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남경필 지사
남경필 지사
남 지사는 “서울시는 경기도의 경고에도 ‘미세먼지 공짜 운행’을 일방 시행했다”며 “전체 운전자의 20%가 참여하면 미세먼지 농도 1% 감소가 예측되지만 15일에는 겨우 2%가 참여해 효과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짜 운행에 예산 50억 원이 투입됐다. 열흘이면 500억 원, 한 달이면 1500억 원의 혈세 낭비다. 경기와 인천은 차별만 느끼는데 서울시는 경기도와 상의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생활권이 하나 된 지 오래인데 서울시가 만든 정책이나 따르라는 폭군 같은 논리는 변함이 없다. 혈세를 하루 수십억 원씩 공중에 뿌리지 말고 만나서 토론을 하자”고 촉구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 서울시는 17일에도 출퇴근시간 대중교통 무료 운행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저감조치가 시행된 15일 오전은 오히려 ‘보통’ 수준이었고, 발령되지 않은 16일은 ‘나쁨’ 수준이었다는 점을 들어 예보가 과학적으로 믿을 만한 수준이 될 때까지 저감조치는 보류하는 게 낫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지현 isityou@donga.com·남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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