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개혁개방 1번지 선전, 특구 장벽 허물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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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전 경제특구 설치때 136km 철조망
서구문화 유입 우려 사람-물자 통제… 中의 실리콘밸리로 성장에 자신감 표출

중국의 개혁개방을 상징하는 광둥(廣東)성 선전(深(수,천))시의 중국 제1호 경제특구와 나머지 본토 지역을 분할해 인적·물적 이동을 통제해온 장벽이 설치 36년 만에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더 이상 장벽이 필요 없을 정도로 중국 경제가 성장했음을 대내외에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16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국무원은 선전시 경제특구에 존재해 왔던 ‘선전경제특구관리선(제2관문선)’을 없애기로 공식 결정했다. “시내의 물리적 경계를 없애 해당 지역의 통합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광둥성 정부의 요청을 승인하는 형식이었다.

선전시 남쪽의 홍콩과 경계선을 면한 일부 지역(327km²)은 덩샤오핑(鄧小平)이 1978년 개혁개방을 선언한 지 2년 뒤인 1980년 중국의 첫 경제특구로 지정됐다. 인구 3만 명의 작은 어촌 마을이었던 선전은 지금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이 몰려 있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발돋움했다.

검문소 철거 중국 광둥성 선전시 경제특구와 내륙을 구분했던 장벽의 검문소를 최근 허물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검문소 철거 중국 광둥성 선전시 경제특구와 내륙을 구분했던 장벽의 검문소를 최근 허물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중국은 선전에 경제특구를 지정하면서 특구 내 외국인의 자유로운 투자 등 경제 활동, 공장 설립, 면세 등을 보장했다. 하지만 특구 밖 중국인은 허가가 있어야 출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1982년 특구 주위에 136km에 달하는 철조망을 쳤다. 무장경찰이 지키는 초소 163곳과 검문소 10곳이 설치됐다. 경제특구 남쪽은 1997년에야 반환된 홍콩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통제가 심했다.

사람들은 홍콩과 선전의 경계선을 ‘1선 관문’, 선전특구와 내륙의 경계선을 ‘2선 관문’이라 불렀다. 2선 관문의 존재는 선전의 중국 내 독특한 위상을 웅변하는 동시에 중국이 외부에 완전히 문을 연 것은 아니라는 점도 보여줬다. 2선 관문은 급격하게 서구 경제와 문화에 영향을 받아 중국 사회주의가 위기에 빠지는 일을 막는 역할을 했다.

경제의 급속한 발전으로 2010년 선전경제특구는 선전시 전체로 확대됐다. 선전시 전역에 지하철이 다니면서 장벽이 유명무실해졌다. 오히려 장벽과 검문소 운영에 매년 수천만 위안이 들어갔고 교통 등 도시 발전의 장애물이 됐다. 시민들이 오갈 때 검문을 거쳐야 한다는 점도 불편을 초래했다. 2013년부터 장벽과 검문소 순찰도로 등에 대한 철거가 시작돼 현재도 진행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중국과 선전특구를 분할했던 이 경계선은 계속 존재해 왔다. 중국 매체들은 “이번 조치로 선전이 다시 한번 개혁개방의 최전선에 섰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국무원은 이번 조치 결정문에서 “선전과 홍콩 마카오 간 경계에 있는 1선 관문에 대한 관리 통제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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