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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에이전트’ 자격시험으로 눈 돌리는 변호사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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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에이전트’ 자격시험으로 눈 돌리는 변호사들…왜?

이호재기자 입력 2018-01-14 22:16수정 2018-01-1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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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현식 변호사(42·변호사시험 2회)는 ‘프로야구 에이전트’ 공인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큰 결격사유가 없으면 올 2월 1일부터 프로야구 선수들의 연봉·광고계약을 중개하고 이에 따른 수수료를 벌 수 있다. 신 변호사는 “미국에는 변호사 출신 스포츠 에이전트가 흔하다”며 “변호사 업계의 새 영역을 개척하고 싶어 프로야구 에이전트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올해부터 프로야구 에이전트 제도를 시행한다. 그동안 프로야구는 공인 에이전트가 없어 계약 시즌 때마다 감독들과 친한 ‘비선 브로커’들이 활개를 쳤다. ‘오가는 술 한잔에 도장 찍자’는 식으로 주먹구구 계약을 하고 사후에 법적 분쟁이 벌어지는 경우도 잦았다.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선수협이 직접 에이전트를 뽑고 관리하기로 한 것이다.

선수협이 4일 발표한 합격자 94명 중에는 변호사가 41명(43.6%)이 포함됐다. 변호사시험(21명)뿐만 아니라 사법시험(17명) 출신도 상당수다. 군법무관시험, 일본 사법시험, 미국 법학석사(LLM) 출신도 각각 1명씩 합격했다. 일반인들은 시험 과목 중 하나인 ‘법률’(국민체육진흥법, 계약법)에서 많이 탈락했지만 법에 익숙한 변호사들은 오히려 이 과목에서 강점을 보였다.

변호사들이 에이전트 자격시험에 몰린 건 갈수록 심해지는 변호사 업계의 불황 때문이다. 수임이 줄어들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이 쏟아지며 변호사들 사이에선 ‘선망 직업이라는 건 옛말’이라는 자조가 나오고 있다.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하는 규정이 폐지되는 등 기존 활동 영역이 줄어드는 불안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에이전트들은 보통 선수들의 계약을 돕는 대신 계약금의 약 5%를 수수료로 받는다.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의 몸값이 평균 1억3800여만 원인 것을 고려하면 선수 한 명의 계약을 도울 때마다 700만 원 안팎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 등록선수는 약 600명이다.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은 “류현진, 추신수 선수의 계약을 맡은 메이저리그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도 변호사”라며 “후원사, TV 광고 계약시장이 커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시장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의 직역(職域)을 넓힐 수 있는 기회라는 시각도 있다. 김연아, 박태환, 장미란 선수의 에이전트를 맡았던 장달영 변호사(49·사법연수원 34기)는 “변호사는 여전히 직함만으로 의뢰인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직업”이라며 “법률적 지식만으로 승부를 보려 하기보다 선수들과의 정서적 교류가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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