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권력에 관한 오묘한 표현…인 마이 포켓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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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캔들’로 위기를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사진)과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미국 MSNBC 웹사이트 캡처
‘러시아 스캔들’로 위기를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사진)과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미국 MSNBC 웹사이트 캡처
“He is in my pocket.(그는 내 주머니 안에 있다.)”

요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대 고민거리는 무엇일까요. 바로 ‘러시아 스캔들’입니다. 러시아라고 하면 필요 이상으로 예민해지는 미국인의 심기를 정통으로 건드린 겁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하루 10캔 이상 다이어트콜라를 마시며 초조, 불안, 고도의 신경질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데 아마 이 사건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러시아 스캔들의 전모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일 겁니다. ‘크렘린’(중세 러시아의 요새) 같은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만 짓는 푸틴 대통령이 만약 입을 연다면 스캔들의 전모가 드러날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운명도 왔다 갔다 하겠죠. 다만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푸틴 대통령은 핏대를 세워가며 “러시아 스캔들은 나와 상관없다”고 부인하기에 바쁜 트럼프 대통령을 볼 때마다 무슨 생각을 할까요.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해본다면 그의 속마음은 이렇지 않을까요. ‘아무리 뛰어봤자 당신(트럼프)은 내 손안에 있어.’ 그럴 때 쓰는 영어 표현이 바로 ‘He‘s in my pocket(그는 내 주머니 안에 있어)’입니다. 미국의 유명 온라인 정치잡지 ‘슬레이트’ 최근호에도 ‘Trump is in Putin’s pocket(트럼프는 푸틴의 주머니 안에 있다)’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더군요.

이 말은 정치 이외의 분야에서도 자주 쓰입니다. 16일 동아시안컵 축구 한일전에서 한국이 일본을 4-1로 대파했는데요. 외신을 보니 ‘South Korea crushed Japan’이라는 제목을 단 곳이 많았습니다. ‘한국이 일본을 바스러뜨렸다’는 의미인데요. 이긴 것도 좋지만 한국팀이 경기 내내 일본팀을 주도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 듯합니다. 그럴 때 ‘South Korea had Japan in their pocket the whole game’이라고 쓸 수 있죠. ‘경기 내내 일본은 한국의 손안에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한국팀이 일본팀을 ‘갖고 놀았다’고 한다면 너무 심한 표현인가요.

디지털통합뉴스센터 차장 前워싱턴 특파원
디지털통합뉴스센터 차장 前워싱턴 특파원

이처럼 영어에는 ‘pocket’이라는 단어를 활용한 표현이 많습니다, 올 한 해 한국인들이 좋건 싫건 가장 많이 접한 단어 중 하나는 국정농단의 장본인 ‘최순실’일 겁니다. 그에 대한 미국 언론의 기사를 읽다보면 자주 등장하는 문구가 있습니다. ‘Choi lined her pocket’이라는 건데요. ‘Line’이 ‘줄, 선’이니 직역하면 ‘주머니에 줄 긋다’는 의미일까요. 그게 아니라 ‘주머니를 채웠다’는 뜻입니다. 그것도 ‘부정한 방식으로 사리사욕을 채웠다’라는 의미로 보면 됩니다.

‘pocket’이라는 단어를 이리저리 활용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우리는 ‘포켓’이라는 한국식 발음에 매우 익숙하죠. 그렇게 발음하면 불행하게도 미국인들은 십중팔구 못 알아듣습니다. ‘포켓(pocket)’이라 쓰고 ‘파킷’이라 읽는다. 아시죠.

디지털통합뉴스센터 차장 前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
#트럼프#미국#러시아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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