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인류가 살아남은 비결, 개와의 동맹 덕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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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종 인간/팻 시드먼 지음·조은영 옮김/388쪽·1만8500원·푸른숲

‘늑대-개’와 함께 매머드를 사냥하는 초기 현생 인류의 모습을 상상해 표현한 그림. 그림에 나오는 풍경은 체코의 돌니 베스토니체와 파블로프 유적지와 비슷하다. 푸른숲 제공
‘늑대-개’와 함께 매머드를 사냥하는 초기 현생 인류의 모습을 상상해 표현한 그림. 그림에 나오는 풍경은 체코의 돌니 베스토니체와 파블로프 유적지와 비슷하다. 푸른숲 제공
왜 네안데르탈인은 멸종됐고 현생 인류는 살아남았는가. 인간은 어떻게 가장 번성한 침입종이 됐는가.

인류학은 인간이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저자는 인류학을 ‘역사를 다루는 과학’으로 정의한다. 인류학의 오랜 질문에 대해 저자는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 방사성동위원소, 탄소연대측정법 같은 정교한 분석기법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동물고고학과 화석생성학의 세계적 대가이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인류학 명예교수인 저자는 인간이 지구상 가장 파괴적인 침입종이라고 주장한다.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 대륙에서 진화한 이래로 거침없이 진출해 나가며 닥치는 대로 자연을 개척하고 적응한 끝에 지구 곳곳을 점령했다는 점에서다.

저자는 네안데르탈인이 멸종되고 현생 인류가 살아남은 원인에 대해 기후변화 가설과 현생인류와의 경쟁가설을 꼽는다. 이 두 가설이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와 새로운 능력을 갖춘 현생인류의 출현이 시너지 효과를 내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다고 주장한다. 몸집이 크고 근육질인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보다 7∼9%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는데 이는 현생인류가 더 혹독한 기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중요한 신체조건이다.

이 외에도 저자는 현생 인류가 남긴 뼈바늘을 근거로 현생인류가 옷을 만들어 입었고, 이는 추운 서식지에서 짐승 사냥을 하는 데 있어 더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본다. 또 현생인류는 원거리 투척 무기를 이용한 ‘추격 사냥꾼’이었지만 네안데르탈인은 손에 무기를 들고 사냥하는 ‘매복 사냥꾼’이란 사실을 주목한다.

일례로 늑대에서 개로 탈바꿈하는 과정의 ‘늑대-개’가 인간의 사냥 조력자로서 인간이 생태계를 정복하는 데 있어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고 주장한다. ‘늑대-개’의 가축화 여부는 유라시아를 지키던 네안데르탈인의 멸종과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을 가른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고 본다.

저자는 “현생인류의 능력이란 현생인류가 보유한 문화적 완충제 및 융통성과 더불어 가축화라고 부르는 또 다른 상위 포식자와의 전례 없는 동맹을 결성한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현생인류와 전례 없는 동맹을 결성한 포식자로 ‘늑대-개’를 꼽는다.

저자는 “침입종의 개념은 한 종이 역사적으로 새로운 영역으로 이동하는 과정 이상을 의미한다”며 “침입종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한 가지 기준은 보통 침입이 불러오는 영향력에 있다”고 설명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침입종 인간#팻 시드먼#조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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