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몽 함께할 것”… 모습 드러낸 문재인표 균형외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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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에 선물한 ‘通’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선물한 신영복 선생의 ‘通’(통할 통) 글씨. 청와대 제공
시진핑에 선물한 ‘通’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선물한 신영복 선생의 ‘通’(통할 통) 글씨. 청와대 제공
“중국은 단지 중국이 아니라 주변국들과 어울려 있을 때 그 존재가 빛나는 국가다. 높은 산봉우리가 주변의 많은 산봉우리와 어울리면서 더 높아지는 것과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중국 베이징대 연설에서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한국을 “작은 나라지만 책임 있는 중견국가”라고 말했다. 북핵 위기 속 전쟁불가 원칙을 공유한 중국과의 관계를 공동운명체로 규정하는 동시에 중국의 대국다운 책임론을 강조한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은 중국의 외교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동참을 선언하며 균형외교 구상을 본격화했다.

○ 文 “중국몽에 함께할 것”

문 대통령은 베이징대 교수와 학생 290여 명 앞에서 한 연설에서 중국의 위상을 높이며 우호적인 메시지를 강조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남은 감정의 앙금을 털어내기 위해 중국과의 거리를 좁히겠다는 것이다.

“다자하오(大家好·여러분 안녕하세요)”라고 중국어로 인사말을 건넨 문 대통령은 한중 간 우의를 상징하는 역사적 인물들과 문화교류의 역사를 부각하는 데 30여 분의 연설 중 절반을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중국 청년들 사이에 ‘한류’가 유행한다고 하지만 한국에서 ‘중류’는 더욱 오래되고 폭이 넓다. 한국 청년들은 중국 게임을 즐기고 양꼬치와 칭다오 맥주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난징대학살에 대해 애도한 문 대통령은 “중국과 한국이 ‘식민제국주의’를 함께 이겨낸 것처럼 지금의 동북아에 닥친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양국은 일방의 번영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운명공동체의 관계”라며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내놓은 ‘중국몽(夢)’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시 주석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정책과 문 대통령의 균형외교 구상인 신북방·신남방 정책을 연계해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전략적 협력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 일각에선 “조급했다” 지적도

청와대는 사드 갈등 이후 세 차례에 걸친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첫 합의를 도출해낸 데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대 이상이었다. 중국은 톱다운 방식이기 때문에 앞으로 두고 보면 어제 회담의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상회담 점수는 120점”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중국의 강력한 대북 압박 참여를 구체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한중 관계 개선의 물꼬는 텄지만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기대에 못 미친 게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어떻게든 올해 내로 중국에서의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사드 논란을 최대한 좁히려 했지만 논란의 불씨를 완전히 꺼뜨리지 못한 것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시 주석은 전날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사드에 대해 ‘적절한 처리’를 당부했다. 중국 역시 한미일 북핵 공조로 인한 위기감으로 한중 관계 개선 필요성이 높았던 만큼 정부가 굳이 시 주석의 사드 언급을 감내하며 연내 한중 정상회담을 강행할 이유가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우리가 조금만 여유를 가졌으면 오히려 중국이 먼저 선물을 들고 왔을 것”이라고 했다. 긴 호흡을 갖고 내년 초에 했더라도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는 얘기다.

베이징=문병기 weappon@donga.com / 신진우·신나리 기자
#중국몽#문재인 정부#외교#한중#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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