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서 불거진 ‘김종-박원오 플리바기닝’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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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부회장 변호인단 “불기소 노려 허위진술 가능성” 주장

“김종은 ‘직권남용 말고는 모두 털었다’고 호언장담했는데 특검과 합의가 없었다면 어떻게 수사 도중에 호언장담을 할 수 있겠느냐.”

11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의 항소심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56·구속 기소)에 대한 특검의 ‘플리바기닝’(수사 협조자 처벌 면제) 의혹을 제기했다.

○ “특검이 김종, 박원오 ‘플리바기닝’ 의혹”


김 전 차관이 가벼운 처벌을 받기 위해 특검이 원하는 대로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에 대한 이 부회장의 청탁과 뇌물 공여 정황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했다는 게 변호인단의 시각이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김 전 차관의 범죄 혐의 내지 의혹을 눈감아 줬다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의 이화여대 입시 비리 개입 △올해 1월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신문 위증 △장시호 씨(38·구속 기소)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문체부의 특혜성 예산 지원 개입 등을 문제 삼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김 전 차관의 비리 의혹 중 극히 일부에 대해서만 기소가 이뤄졌는데 김 전 차관은 불기소를 위해 특검이 원하는 대로 허위 진술을 할 동기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또 “수사와 기소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김 전 차관은 (1심에서 징역 3년보다) 훨씬 더 중한 형을 선고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6일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 항소심 공판에서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67)에 대해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삼성에 불리한 허위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그 근거로 삼성에서 매달 1250만 원의 자문료를 받으면서 삼성의 최 씨 모녀 승마 지원에 깊이 관여한 박 전 전무를 특검이 기소하지 않은 점을 꼽았다.

최 씨가 “(삼성이) 말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느냐”고 발언했다는 박 전 전무의 진술은 꾸며냈다는 게 변호인단의 주장이다. 또 박 전 전무가 처음에는 “삼성이 정유라 외에 승마 선수를 추가 선발할 의지가 있었다”고 진술했다가 나중에 “삼성은 최 씨가 원하는 대로 내버려뒀다”는 취지로 진술을 뒤집어 특검 주장을 뒷받침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특검 측은 “특검 수사 기간 두 달 동안 방대한 수사를 하면서 추가 수사가 이뤄지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기소를 안 한) 어떤 의도가 있던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 “장시호 ‘플리바기닝’ 의혹 짙어”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특검의 특급 도우미’라는 별명이 붙은 장 씨 사례를 들어 특검이 실제 플리바기닝을 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장 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관계, 그리고 최 씨가 삼성 측에 지원을 요구한 정황 등을 적극적으로 진술했다.

특검과 검찰은 장 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은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장 씨를 법정 구속했다. 구형량보다 법원의 선고 형량이 높게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특검과 검찰은 항소도 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찰이나 특검의 플리바기닝은 허용되지 않는다. 만약 플리바기닝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재판부는 해당 증거 및 진술을 배제하게 된다. 불법 취득한 증거와 진술은 효력이 없다는 이른바 ‘독수독과(毒樹毒果)’ 원칙에 따른 것이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는 최근 플리바기닝 도입 여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 ::

수사에 협조하는 대가로 검찰이 가벼운 범죄로 기소하거나 형량을 낮춰주는 제도. 미국 등 영미법 체계 국가에서 시행되는 제도로 우리나라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권오혁 hyuk@donga.com·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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