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동천2지구 ‘위장 조합원’ 논란… 시행사 임직원 동원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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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반대 주민들 “조합 편법 장악”

3000채 넘는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경기 용인시 동천2지구 도시개발사업이 위장 조합원 논란에 휩싸였다. 도시개발사업은 구역 땅 주인 50% 이상이 동의하고 토지 66.7% 이상이 포함돼야 조합을 출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사업 시행사가 조합 설립에 필요한 조합원 수를 편법으로 채웠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시행사가 토지를 사고 소유주를 자사 임직원 명의로 바꾸거나 등기 이전을 미룬 뒤 전(前) 주인 이름으로 조합에 가입시켰다는 것이다.

○ “조합 장악에 편법 동원”

마세다린 본사 건물이 13일 경기 용인시 동천2지구 도시개발사업 계획에 따라 철거되고 있다. 닭강정을 비롯한 4개 브랜드를 
운영하는 마세다린은 2013년 6월 110억 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2층 본사를 세웠다. 해당 터가 도시개발사업에 포함되면서
 4년 만에 철거됐다. 독자 제공
마세다린 본사 건물이 13일 경기 용인시 동천2지구 도시개발사업 계획에 따라 철거되고 있다. 닭강정을 비롯한 4개 브랜드를 운영하는 마세다린은 2013년 6월 110억 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2층 본사를 세웠다. 해당 터가 도시개발사업에 포함되면서 4년 만에 철거됐다. 독자 제공
14일 동천2지구 도시개발사업조합 등에 따르면 조합은 2012년 8월 이 일대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제안했다. 용인시는 2014년 4월 정식 설립 인가를 내줬다. 사업구역 토지 주인 88명 중 50명(56.8%)이 동의하고 토지 32만2922m² 중 22만5429m²(68.9%)가 포함됐다. 사업은 조합이 개발하고 토지 원주인에게 적정성을 따져 가격에 맞게 돌려주는 환지(換地)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조합이 정식 설립되면 강제로 조합원이 되는 개발 반대 주민들은 반발했다. 이들 반대 조합원은 시행사 DSD삼호가 조합 인가에 필요한 조합원 수(전체의 50%)를 편법으로 채워 조합을 장악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조합 설립에 동의한 토지 소유주 50명 중 적어도 8명은 2013년 불법 명의신탁으로 벌금형 등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삼호 측 인사이며 최소 15명이 삼호에 땅을 판 후 등기 이전을 하지 않아 이름만 올라 있는 조합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조합원 8명이 형사 처벌된 뒤 삼호는 명의를 법인으로 돌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삼호가 산 땅에 삼호 측 사람들이 명의만 올려놓고 조합원으로 활동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동아일보가 확인한 결과 형사 처벌을 받은 8명은 경기 고양시 식사동과 용인시 신봉동, 김포시 풍무동 등에 토지를 갖고 있다. 모두 삼호가 추진하는 도시개발사업 부지다. 식사동 땅은 1필지를 2m² 미만으로 쪼개 가진 100명 이상이 다 조합원 자격을 갖춰 논란이 됐다. 동천동을 제외하면 모두 1필지 보유자가 수십 명인 ‘쪼개기’ 형태의 땅이었다.

경기지역 경찰서장 출신 동천2지구 조합장 A 씨(62) 역시 식사동과 풍무동 등에 땅이 있다. 2010년 경찰을 떠나 삼호 감사가 된 A 씨는 2013년 회사를 나와 동천2지구 조합장이 됐다. A 씨의 식사동 땅(242m²)은 주인이 129명, 풍무동 땅도 주인이 52명이다. 동천동에 빌라도 한 채 있다. A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쪼개기가 돼 있는) 식사동과 풍무동 땅은 회사 상여금으로 샀고 세금도 다 냈다. 동천동 빌라는 내가 삼호로부터 9100만 원에 샀다. 정당하게 조합장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설립동의서를 위조한 혐의로 일부 조합원에게 고발당한 A 씨는 피고발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 위장 조합원 못 걸러내는 행정

동천2지구 사업 허가를 내준 용인시는 서류상 조합 구성 요건을 충족하면 일일이 조합원을 확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류만 갖추면 위장 조합원을 가려낼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사업 허가를 내준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도 주장한다. 통상 도시개발사업 터는 정형성을 지닌다. 동천2지구는 정상적이라면 직삼각형 형태가 돼야 하는데 주민 반대로 일부 터가 제외되면서 정형성이 흐트러져 모양이 어색하다는 것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동천2지구는 신청과 심의 과정 등에서 외형상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삼호 측은 일부 명의신탁이 있었던 건 인정하지만 사업 특성상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구역 땅 주인들이 터무니없이 높은 땅값을 부르며 사업을 방해해 우호 조합원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형사 처벌을 받은 조합원 8명과 관련해서는 농지를 법인 명의로 할 수 없도록 한 현행법 탓에 부득이하게 회사가 개인 명의로 돌려놓았다고 해명했다. 자사 임직원들이 조합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투자 목적으로 땅 매입을 권해서라고 밝혔다. 쪼개기를 한 땅들은 회사가 상여금으로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호 내부에서는 임원들이 불법 명의신탁에 동원되는 게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삼호 관계자는 “해당 조합원이 불법 명의신탁으로 처벌받았어도 조합은 적법하다는 검찰의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용인=조동주 djc@donga.com / 김배중 기자
#용인#동천2지구#시행사#임직원#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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