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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남친에 보낸 선물 인증”…국방부 ‘곰신왕 대회’에 “현대판 열녀문?”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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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남친에 보낸 선물 인증”…국방부 ‘곰신왕 대회’에 “현대판 열녀문?” 지적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17-12-12 18:13수정 2017-12-1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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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방부 페이스북

“국방부에서 대한민국 ‘곰신’을 위한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우리 장병들에게 보낸 소포를 뽐내주세요!”

국방부는 지난달 ‘곰신왕’ 선발 이벤트를 열었다. ‘곰신’은 군대 간 애인을 기다리는 이를 뜻하는 말이다. 군대에 간 남자친구의 전역을 기다리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로, 이 여성들이 남자친구에게 보냈거나 보낼 예정인 선물을 찍은 ‘인증샷’을 바탕으로 순위를 선정한다는 내용이다.

이벤트는 대체로 많은 ‘곰신’과 ‘군화(자신의 전역을 기다려주는 애인을 둔 군인을 뜻하는 말)’의 호응을 얻었지만, 일각에서는 “현대판 ‘열녀문’ 선발 대회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가 나서 여성과 남성의 개인적인 연애 관계에 ‘등급’을 매기고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달 6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이같은 이벤트 개최 사실을 알렸다. 이벤트는 이날부터 같은 달 12일까지 진행됐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른 뒤 남자친구를 향한 응원메시지와 선물 인증샷을 올리면 이벤트에 참가할 수 있다. 2·3등(각각 5명·20명) 상품은 각각 영화관람 패키지 티켓과 커피 쿠폰이었으며, 1등(3명)은 ‘남자친구와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줄 서프라이즈 상품’이라고만 공개됐다.

국방부는 먼저 지난달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벤트 결과를 발표했다. 기존 선발자 수에서 대폭 늘린 100명이었다. 1등(4명)은 개별적으로 연락했고, 2·3등(각각 20명·76명)은 명단을 공개했다.

국방부는 이어 약 한 달 뒤인 지난 8일 ‘1등 곰신’을 추가로 발표하며 상품 내용을 공개했다. 1등으로 선발된 이들 중 한 명인 여성 김모 씨는 남자친구 박모 씨가 있는 부대에 깜짝 방문했다. 김 씨는 준비한 선물을 박 씨와 동료 장병들에게 전달하고 함께 부대를 견학할 기회를 얻었다. 이와 함께 박 씨는 이날 특별 외출을 허가받았고, 두 사람은 외출을 나와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국방부 측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김 씨를 “가는 데만 3시간이나 걸리는 부대까지 한 달에도 몇 차례나 면회를 갈 만큼 열성적인 곰신”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대한민국 국군 장병과 곰신 여러분의 사랑을 응원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벤트 참가자 수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해당 게시물 댓글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이벤트에 호응하는 분위기다. 몇몇 여성 누리꾼들은 이벤트에 선발되지 못 한 것을 아쉬워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쾌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제법 있다. 국가가 나서 여성이 군대에 간 남자친구를 향해 정성을 쏟는 모습을 바람직하다고 홍보하며 장려하는 분위기에 반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방부가 인정한 대한민국 최고 곰신녀?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군인 남자친구에게, 또 부대원들에게 정성을 들이는 곰신왕 선발대회? ‘현대판 열녀문’ 인가”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다른 일부 누리꾼도 “가부장제 속 다 보인다. 그냥 좋아서 하게 두지, 왜 대회를 만드나. 여자의 노동에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그것이 정상적인 규범인 것마냥 여겨지게 한다” “나라에서 자기 남자친구를 생각하는 ‘예쁜 마음’을 공개적으로 칭찬하고 장려하면서 ‘이렇게 해야 훌륭한 여자친구다’라고 하고 있다니”라고 지적했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1등으로 뽑힌 ‘곰신왕’은 남친 선물 외에도 부대 동료들의 선물까지 챙겼고 남친 입대 이후 편지를 날마다 썼으며 왕복 6시간이 넘는 먼 길을 달려 몇 번이나 면회를 다녀갔다”며 “사랑은 개인적인 것이다. 군대에 있는 남친과 헤어지든 말든 그것은 여성의 뜻에 달렸다. (물론 남성의 뜻에도 달려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관계에 국가가 개입해 등급을 매겼다. 군복무 중인 남친을 살뜰히 챙기는 것이 바깥에 있는 여성의 ‘도리’이며 거기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자할수록 더 ‘훌륭한’ 여성이 된다는 메시지를 국가가 나서서 전파했다. 이는 현대판 ‘열녀문’이라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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