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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안세영]회식을 한다면 이순신 장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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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안세영]회식을 한다면 이순신 장군처럼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입력 2017-12-12 03:00수정 2017-12-1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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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이어지는 회식, 필요하지만 도 넘어 문제
이순신 장군, 처칠 총리는 회식을 소통의 장과 난제를 푸는 계기로 활용
먹고 마시는 소비적 권위적 문화 벗어나… 화합-공유의 회식 정착시켜야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요즘 연말을 맞아 송년회, 직장 단합대회 등으로 회식 열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로 인해 과음을 하거나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지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우리처럼 함께 모여 먹고 마시며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민족도 드물겠지만, 서양에도 회식에 얽힌 재미있는 사례는 꽤 있다.

우리 역사에서 회식의 달인(?)을 꼽으라면 단연코 이순신 장군이다. 난중일기에 의하면 장군은 주로 사기 진작, 소통, 외빈 접대의 세 가지를 위해 회식을 했다. ‘전라, 충청, 경상의 모든 수군에게 술 1080항아리를 먹이고, 나도 군사들과 같이 앉아 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노 젓는 격군 794명을 술로 격려하는 등 크고 작은 부대 단위의 회식을 많이 했다. 이 모두 어려운 여건에서 싸우는 부하들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한 것이었다.

‘부하들과 이야기하며 함께 술을 마시고 활쏘기를 하였다’는 기록은 아주 많이 나온다. 멀리서 고생하는 부하들이 오면 그냥 돌려보내지 않고 꼭 술잔을 기울이며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작전을 논의했다. 말하자면 장군의 회식은 부하들과의 소통의 장이었다. 더욱이 별로 좋아하지 않던 원균 수사와도 술자리를 같이했다.


‘명나라 관원들이 어제 취한 술이 깨지 않았다.’ 계사년 5월 25일자 난중일기에 나오는 구절이다. 바로 그 전날 장군이 탄 배에 찾아온 명나라 관원들에게 융숭하게 술대접을 했던 것이다. 강직한 장군이지만 나라를 위해서라면 노련하게 외빈 접대도 잘했던 것 같다.

서양에서 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윈스턴 처칠 총리다. 오죽하면 정적이 ‘처칠은 인생의 반은 술에 취해 있다’고 비난했겠는가. 처칠은 주로 영국식 클럽에서 회식을 했다. 잉글‘랜드’를 클럽‘랜드’라고 할 정도로 영국에는 각종 클럽이 많은데, 처칠은 찰스 다윈 등이 회원이었던 ‘아테네움’ 클럽에서 정치인, 언론인들과 토론하고 마시면서 정치의 여러 가지 난제를 풀어 나갔다. 특히 그는 까칠한 정적을 풍부한 유머와 술로 구슬리는 데 천재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근로자들의 회식문화가 없어져 회사가 좋아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이상하게 생산성이 떨어져 요즘은 간단히 맥주를 마시며 회식할 장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도요타자동차를 방문했을 때 들은 이야기이다. 퇴근 후 동료들과 어울리지 않고 곧바로 귀가하니 옆 부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잘 몰라, 막상 공장에서 수평적 협력이 필요할 때 소통이 잘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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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적절한 회식은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등 그 나름대로 꽤 순기능이 있다. 특히 요즘같이 내수 침체기에 직장인들이 지갑을 열어야 요식업을 하는 자영업자들도 생활을 할 게 아닌가. 그러므로 이왕이면 좋은 회식 문화를 만드는 것이 관건인데 이의 모델은 아마 ‘이순신 장군식 회식’일 것이다. 장군이 했던 것처럼 직장 회식을 사기를 진작시키고, 상하가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는 자리로 만드는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서양 직장에선 상관과 부하가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하도록 언로(言路)가 열려 있다. 그러니 일과 후 별도로 만날 이유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분위기가 권위주의적이고 암시적 의사소통 문화 속에서 하고 싶은 말을 그냥 내뱉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낮에 받은 스트레스를 풀고, 술김에 하고 싶었던 말도 할 수 있는 ‘제2의 소통의 길’이 열려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나이가 들수록 비즈니스 회식과 영국식 클럽회식의 비중을 7 대 3 정도로 배분해야 한다. 우리나라 할머니들은 어울릴 사람이 많은데, 퇴직한 할아버지는 외톨이가 되기 쉽다고 한다. 직장 다닐 때 너무 업무상 회식에만 올인하다 보니 은퇴하면 갑자기 많은 인간관계가 단절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일이 바쁘더라도 역사, 과학 등에 대해 지적 교류를 하고 여행, 독서 등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영국식 클럽문화, 즉 동호인 클럽을 만들어 틈나는 대로 만나야 한다.

북핵, 탄핵, 적폐청산 등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넘기며 이순신 장군과 처칠이 그랬던 것처럼 대통령, 여야 대표가 만나 폭탄주라도 몇 잔 돌리면서 호탕하게 회식하며 소통해서 우리 정치의 새로운 장을 여는 모습을 보고 싶다.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회식#송년회#이순신#윈스턴 처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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