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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못쫓아낸 광역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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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못쫓아낸 광역버스

김동혁기자 입력 2017-12-12 03:00수정 2017-12-1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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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그후]고속道 졸음운전 참사뒤 5개월
운전석에 충돌경고장치 달았지만… 기사 대부분 “잠 쫓는 효과 없어”
‘10시간 휴식’ 인력부족해 먼얘기… 회차지 휴게실, 주차 어려워 못써
졸음운전땐 경고음-진동 울려 깨운다지만… 11일 수도권의 한 버스회사 차고지에서 운전사가 시동을 걸며 작은 모니터(오른쪽 원)를 확인하고 있다. 버스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로를 바꾸거나 앞차와의 거리가 3m 내로 좁혀지면 빛과 경고음을 내는 장치다. 운전석 등받이에 있는 쿠션 모양의 진동기(왼쪽 원)도 함께 울린다. 정부는 졸음운전을 막겠다며 수도권 광역버스에 졸음운전 방지장치를 부착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이걸 허리에 대면 시원해. 안마기로 쓰려고 가끔 깜박이 켜지 않고 차선도 바꿔.”

11일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한 광역버스 안에서 운전사 김모 씨(57)가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버스가 차선을 살짝 밟자 운전석 앞에서 ‘삑’ 소리가 났다. 동시에 김 씨가 말한 안마기에서 3초씩 두 차례에 걸쳐 진동이 울렸다.

김 씨가 말한 안마기는 다름 아닌 졸음운전 방지장치다. 버스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로를 바꾸거나 앞 차량과의 거리가 3m 안으로 좁혀지면 경고음과 함께 운전사에게 진동신호를 보낸다. 올 7월 50대 부부의 목숨을 앗아간 경부고속도로 광역급행버스(M버스·오산교통) 추돌사고 후 정부가 수도권 광역버스 2500여 대에 설치한 것이다.


버스 운전사들은 이 장치를 설치하면 ‘저승사자’로 불리는 운전 중 졸음을 어느 정도 막아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기대 이하였다. 8∼11일 본보 취재팀이 만난 버스 운전사 21명 중 7명은 이 장치를 ‘운전석 안마기’로 쓰거나 아예 떼어 두고 운전했다. 다른 8명은 “버스 자체가 운행 중 진동이 많고 겨울이라 옷도 두꺼워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머지 6명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버스 운전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겠다며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역시 현장에서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11일 오전 10시경 수도권의 한 버스회사 차고지에 도착한 운전사 안모 씨(58)는 버스를 세우자마자 화장실로 뛰어갔다. 안 씨는 서울 사당역을 돌아 3시간가량 운행하고 왔다. 다시 화장실에서 버스로 오기까지 4분, 버스 안 쓰레기를 치우고 기름을 넣는 데 12분이 걸렸다. 운전석에 앉아 다시 시동을 켠 건 돌아온 지 18분 만이었다.

안 씨는 “사고 후 ‘2시간 이상 운행 시 15분 휴식’은 칼같이 지켜지는 편이지만 그 시간에 처리해야 할 잡일이 많아 편히 쉴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광역버스 주요 회차 장소 5곳에 휴식시설을 설치키로 했다. 하지만 현재 서울 잠실역환승센터가 유일하다. 양재역은 내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서울역 강남역 사당역은 사고 전과 마찬가지로 공용화장실을 쓰고 있다. 버스 세울 곳이 마땅치 않은 곳이라 운전사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이날 서울역에서 만난 운전사 5명 중 공용화장실을 사용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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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행 후 다음 날 운행 전까지 최소 10시간 휴식을 보장한다는 정부 대책도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강남역과 경기 고양시 구간을 운행하는 M버스 운전사 김모 씨(47)는 “운전사가 부족하다 보니 다음 날 출근자에게 사정이 생기면 퇴근 3, 4시간 만에 다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근무여건이 열악한 버스회사 운전사들이 큰 회사로 옮기는 일이 늘면서 버스업계의 인력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일부 업체는 수익성이 높은 광역버스 노선을 유지하기 위해 시내버스 노선을 없애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사건 후 수원과 안산의 시내버스 노선이 20%가량 줄어 해당 노선을 이용하던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광역버스#졸음운전#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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