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에 상여금 포함 놓고 공방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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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硏 주최 제도 개선 토론회
勞측 “포함땐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使측 “영세기업 일자리 감축 막아야”

“최저임금(논쟁)의 2라운드가 오늘부터 시작됐다.”

이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6일 오후 1시 반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노동연구원 주최로 열린 ‘최저임금 제도 개선 공개토론회’가 시작되자 이렇게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정기상여금과 복지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전문가 태스크포스(TF)의 개편안을 두고 노사와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는 자리였다.

좌장(사회자)을 맡은 이 교수는 “토론을 통해 좋은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노동계와 경영계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내년 초부터 본격화될 2라운드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토론회였다. 내년 최저임금 제도가 바뀐다면 이 제도가 시행된 1988년 이후 30년 만의 개편이다.

이창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실장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임금은 원칙적으로 최저임금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임금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의 산입범위(산정기준)는 통상임금을 원칙으로 하되 정기상여금은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법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있어 ‘이중 잣대’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실장은 “정기상여금을 산입범위에 포함하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지금도 현장에서 비일비재로 벌어지고 있는 탈법적 행위를 합법화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식대와 숙박비, 교통비 등 각종 복지수당을 두고도 “실비 변상이나 생활보조 성격의 급부는 임금으로 볼 수 없다”며 역시 최저임금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본부장은 “경영계는 15년 전부터 정기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해왔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려는 ‘꼼수’가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바꾸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산입범위를 유지하면서 최저임금만 올리면 오히려 양극화가 심해져 하청업체와 저임금 근로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산입범위 조정 없이 최저임금만 올리면 기업들은 추가 비용을 하청업체에 전가하거나 소비자가격을 올리는 식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특히 영세 기업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근로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날 노동계는 오히려 ‘가구 생계비’를 최저임금에 반영하자고 ‘역제안’을 했다. 현 최저임금은 미혼 1인 근로자의 생계비를 반영해 정하는데, 이를 2인 이상의 ‘가구 생계비’로 확대하자는 주장이다. 이 실장은 “가구 생계비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며 “신뢰성 있는 통계를 확보하고, 구체적인 논의를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최저임금으로 가구 생계비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것은 (기업에) 너무 많은 짐을 지우는 것”이라며 “그건 최저임금이 아니라 생활임금 같은 개념으로 접근할 문제”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최저임금#상여금#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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