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실패’ 불똥 튄 獨사민당… “메르켈 도와라” 여론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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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서도 “여러 선택지 고려해야”… 슐츠대표는 “연정 참여로 참패” 완강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연립정부 구성 실패의 불똥이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으로 튀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자유민주당과 녹색당과의 연정 합의에 실패한 이후 재선거를 시사하면서 정부 구성이 한동안 표류할 조짐을 보이자 사민당이 다시 연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20.5%를 득표한 사민당이 나설 경우 손쉽게 연정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9월 총선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든 사민당은 기민·기사연합과 손잡고 연정에 참여한 것을 선거 참패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 때문에 마르틴 슐츠 사민당 대표는 총선 전부터 “연정에 참여하는 일은 없다”고 못 박아 왔고 연정 합의 실패 직후인 20일에도 “연정 참여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제1야당이 정부의 표류를 남의 집 불구경하듯 보고만 있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연정 참여를 포함한 여러 선택지를 다시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20일 중도 성향의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사민당 의원들은 모임을 갖고 대연정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슐츠 대표의 결정에 의문을 표시했다. 사민당 대표를 지낸 지그마어 가브리엘 외교장관도 대연정 연장을 바라고 있다.

사민당 요하네스 카르스 의원은 “한 개의 선택지만 고집하지 말고 시간을 갖고 유불리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고 마르틴 라바누스 의원도 “당은 모든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 그 결정의 기준은 무엇이 민주주의와 독일을 위해 좋으냐는 것”이라고 대표를 압박했다.

슐츠 대표는 재선거를 피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여론조사에서 사민당 지지율은 9월 총선 때보다 나아지지를 않고 있다는 점이 그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당내에선 대연정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메르켈 총리 주도의 소수 정부 구성을 사민당이 돕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연정처럼 정부 공동 운영의 부담감은 줄어들면서 예산이나 유럽연합(EU) 이슈 등 굵직한 현안에서 사민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민당 출신의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23일 슐츠 대표를 만나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연정#독일#사민당#메르켈#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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