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親노동-기업규제 강화… 일자리 창출 발목 잡을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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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대기업 일자리 9만개 사라져… 올해도 고용회복세 더뎌

지난해 대기업 일자리가 1년 만에 9만 개 가깝게 사라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고용한파 체감도가 극대화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의 일자리가 전통 제조업에서 줄어드는 일자리의 대안이 돼야 하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이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많은 분야에서 국제 경쟁력이 갈수록 약해지는 것도 일자리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등 친(親)노동 정책에 앞서 기업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게 일자리 창출의 지름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 조선업에서 큰 타격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라진 대기업 일자리 9만 개 중 5만 개는 조선업이 포함된 기타·운송장비 분야에 속해 있었다. 지난해부터 가속화된 조선업 구조조정이 대기업 일자리 수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실제로 국내 최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은 2015년 직원이 2만7409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만3077명으로 감소했다. 현대중공업의 고용절벽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회사의 수주잔량은 254억 달러에 불과해 최고치이던 2014년(535억 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만큼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다른 분야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본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 기준 상위 20개 대기업 중 지난해 일자리가 300개 이상 사라진 기업은 현대중공업을 포함해 삼성전자(3698개), 삼성물산(1831개), 삼성디스플레이(1206개), LG디스플레이(485개), 포스코(461개) 등 6곳이었다.

지난해보다 수출이 크게 증가하고 전반적인 경기가 개선된 올해에도 고용한파는 극복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이 많이 포함돼 있는 300명 이상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월별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 1월에 4만6000명이 줄어든 데 이어 3월을 제외하곤 7월까지 매달 감소세를 보였다. 8월부터는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회복세는 미약하다.

○ 대기업 일자리 환경 갈수록 악화

이처럼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 추세에 있지만, 돌파구는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일부 정책이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노동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면서 민간기업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올리면서 인건비 부담도 커질 상황이다.

일자리 창출은커녕 외국투자 기업이 한국을 떠나려는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국GM이 대표적이다. 한국GM 창원공장에서 노조가 사내하청 직원들의 총고용을 요구하는 가운데, GM 본사 측이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공장을 철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고용상황에 대해 이달 초 “상품시장과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구조개혁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람을 채용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어줘야 기업이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제조업의 선두국가인 독일은 좋은 상황에서도 개혁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게 제조업과 정보기술(IT) 융합을 골자로 하는 ‘인더스트리 4.0’ 전략이다. 이를 통해 생산과 연구개발(R&D) 거점을 마련해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2009년부터 ‘제조업 부흥을 위한 기틀’ ‘리더십 확보를 위한 첨단 제조업 구상’ 등 체계적인 계획안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완전고용에 다가서고 있는 일본은 2013년 ‘산업경쟁력회의’를 설치해 경쟁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반면 한국은 기업 활력 정책보다는 대기업을 규제하는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국제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현재는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져 있어 기업들이 비용구조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투자를 잘 하지 못하고, 이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박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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