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호남-평균60세-참여정부OB… 금융권 접수한 新인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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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새 수장 14명 살펴보니

‘60세-부산울산경남(PK)·호남-참여정부·문재인 캠프.’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권에서 진행된 수장(首長) 인사를 요약하면 이런 키워드들이 나온다. 새 정부가 들어선 뒤 금융권에서는 정부와 금융 공공기관, 민간 협회와 시중은행 등 총 14명의 수장이 결정됐다. 이들의 특징을 박근혜 정부 1년 차인 2013년의 금융권 인사 14명과 비교해봤다.

○ 나이 57세→60세, 참여정부 OB들 전면에

올해 금융권 수장에 오른 14명의 평균 나이는 60세였다. 2013년 새로 금융권 수장이 된 이들의 평균 나이 57.1세보다 약 3세가 많았다. 이는 참여정부 인사와 문재인 캠프에 몸담았던 올드보이(OB)들이 대거 10년 만에 금의환향하면서 생긴 결과다.

대표적인 인사가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67)과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71)이다. 김용덕 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관세청장과 건설교통부 차관,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낸 인사로,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자문조직인 ‘10년의 힘 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김지완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으로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 경제정책자문단으로 활동했다.

전국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도 차기 회장 후보 인선을 시작했다. 주요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가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79), 김창록 전 한국산업은행(현 KDB산업은행) 총재(68),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69), 양천식 전 한국수출입은행장(67), 진영욱 전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66) 등 60대 후반∼70대가 대세다. 누가 되든 평균 연령을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올드보이의 귀환을 두고 역주행 논란이 나오고 있다. 기술 변화에 따른 규제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세대 교체가 활발한 산업계와 달리 금융권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금 핀테크 시대인데 언론에 거론되는 분들은 20년 전에 금융을 담당했던 분이다. 이들이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도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관가에도 참여정부 또는 캠프와 인연 있는 인사들이 대거 투입됐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65)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64)은 참여정부 시절 각각 금융연구원장과 금감위 부위원장을 지냈다. 이 회장은 이번 대선에서 캠프 비상경제대책단에 참여하기도 했다. 금융권의 핵심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모피아(재무부+마피아)도 마찬가지였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55)은 참여정부 때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실,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56)은 청와대 비서실에서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를 한 경력이 있다.

○ TK에서 PK·호남으로…민간은 검경 사정 칼날

2013년에는 금융권 인사 14명 중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경북(TK) 출신 인사가 4명이었다. 하지만 올해 금융권 인사 14명 중 TK 인사는 2명으로 줄었다. 그 대신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PK 인사는 1명에서 4명, 여당의 기반인 호남 출신 인사는 2명에서 5명으로 각각 늘었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55)의 인선은 출신 지역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거래소 본사가 부산이라는 특성상 문재인 캠프에서 부산 출신이면서 능력이 검증된 정 이사장을 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민간에서 김지완 회장(부산), 허인 KB국민은행장(56·경남 진주), 빈대인 부산은행장(57·경남 남해)이 PK 인사다. 또 김용범 부위원장(전남 무안), 은성수 행장(전북 군산), 김용덕 회장(전북 정읍),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62·전남 나주),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60·전남 강진)은 호남 인사다.

다만 지난 정부 ‘서금회’(서강대 금융인 모임) 라인이 부상한 것과 달리 이번 정부에서 문 대통령의 ‘학맥’은 크게 주목받지 않고 있다. 올해 금융권 인사 중에서 경희대 법대 출신은 김상택 서울보증보험 사장 한 명뿐이고 경남고 출신은 한 명도 없다.

민간에서는 2013년에 비해 낙하산 인사가 줄어든 모양새다. 지금까지는 내부 승진과 최고경영자(CEO)의 연임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가 없는 대신 이번 정권에서는 금융권을 상대로 한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 검찰과 경찰은 채용비리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해 KB금융지주, 우리은행, DGB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등에 대해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 중이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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